2월 25일 ‘세계로봇선언’이 일본 후쿠오카에서 발표됐다. 후쿠오카는 일본의 연간 로봇 생산액(6조4000여억원)의 20%를 차지하는 일본 로봇산업의 중심지로 지난해 로봇산업의 육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로봇산업진흥회의’를 구성했다. 일본 정부도 후쿠오카를 ‘로봇특구’로 지정해 보조를 맞췄다. 이 분야의 세계 선두 자리를 계속 유지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주 중국 베이징(北京)의 ‘차이나 로봇 엑스포’ 조직위원회로부터 e메일을 한 통 받았다. 2002년 중국에선 처음으로 로봇 전문전시회가 열려 로보틱스와 자동화 분야의 다양한 기술이 선보였는데, 11월 한중 로봇축구대회에 세계로봇축구연맹(FIRA)의 후원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자동차, 컴퓨터와 함께 로봇을 21세기 주요 산업으로 주목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중국’이라고 하면 값싼 노동력만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국제로봇올림피아드에서 6개의 금메달을 휩쓸 정도로 과학기술 투자와 혁신의 속도가 빠르다.
우리나라 기계 전자산업의 인프라 대부분은 2, 3년 안에 중국, 북한 등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바로 첨단융합기술의 산업화 및 국제경쟁력이다. 자동차 선박 철강 정보기술(IT)과 반도체 등의 국가 선도기술이 이제 지능형 로봇, 바이오, 나노기술 등과 융합돼 새로운 첨단기술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지난해 지능형 로봇은 국가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2013년까지 지능로봇 분야 세계 3위, 시장점유율 15%, 100억달러 수출과 함께 고용효과 2만명, 부가가치 생산 8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토대에서 우리도 세계로봇엑스포를 개최하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로봇엑스포는 우리나라의 지능형 로봇 기술을 세계에 알리고 국제경쟁력을 갖춰 로봇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대전엑스포 과학공원에서 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산실인 대덕 연구단지를 ‘지능로봇의 메카’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 엑스포를 열기 위해서는 우선 준비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 사회에 로봇 문화를 활성화해 로봇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1993년 대전엑스포와 2002년 월드컵의 교훈을 통해 알고 있듯이, 행사기간에 열기와 감동을 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프라에 대한 단계적인 투자와 이를 받쳐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행사 후 체계적인 활용 계획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1995년 세계 최초로 로봇축구시스템을 창안한 이래 (사)대한로봇축구협회를 발족시켜 60여개국에 달하는 FIRA 국제네트워크의 본부로서 국제사회에 ‘사이언스 코리아’ 브랜드를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일본과 중국의 발 빠른 움직임에 당황하거나 주눅들 수만은 없다. 그동안 이룩한 로봇축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로봇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종환 KAIST 지능로봇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