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음악교사인 범진. 노총각인 그는 혼자서는 밥을 먹지 못한다.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그는 거울을 놓고 밥을 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주머니를 뒤지다 1000원짜리 지폐에 여자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누굴까. 외로움에 지치다 못한 그는 장난전화를 걸어본다….
30일 연극 ‘즐거운 인생’(12∼30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사진)의 연습장. 음악교사인 범진이 수업도중 아이들을 때리면서 분위기를 잡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배우들의 즉흥연기가 계속되자 연출가 김태웅씨는 “야, 야. 애드리브가 너무 많아” 하고 소리친다. 그래도 이내 배우는 물론 연출자까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 웃는다.
김씨는 ‘이(爾)’로 2001년 동아연극상 작품상, 서울공연예술제 희곡상, 올해의 베스트5 등 주요 연극상을 석권한 바 있다. 그는 “연극쟁이라면 놀이정신으로 삶을 인정하고, 사회적 굴레에 저항하는 광대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을 연출가보다 ‘놀이를 짜는 사람(Play maker)’으로 불러주길 바란다. ‘이’에서 연산군이 초래한 죽음을 광대놀이로 형상화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음악교사인 주인공이 관객과 함께 아카펠라로 즉흥노래를 만들어보는 ‘음악놀이’를 시도한다.
이번 연극은 지난해 ‘대대손손’(박근형 연출)에 이어 선보이는 ‘예술의 전당 젊은 연극 시리즈’의 2번째 작품.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 김상경과 함께 폭력적 경찰로 출연했던 김내하가 현대인의 무기력증과 외로움에 휩싸인 ‘범진’ 역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배우 김내하는 “극중 범진이 TV 전국노래자랑에 나온 섬진강변 다방의 미스 김이 노래하는 장면을 보고 저런 음악이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음악, 부처의 음악이라고 말한다”며 “소위 3류 인생이라고 하더라도 자기가 타고난 대로 살아갈 때 ‘깨달음’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태웅씨는 ‘범진’이 자신의 ‘페르소나(분신)’가 아니냐는 질문에 “술 마시고 여자 집 찾아가서 소동을 피우는 것은 제 얘기지만, 밥 먹을 때 나는 거울 안 본다”며 극구 부인했다. 화∼금 오후 7시반, 토 오후 4시 7시반, 일 오후 4시. 02-580-130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