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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야구인생 새옹지마

입력 | 2004-05-03 18:23:00


인간지사 새옹지마. 둥근 야구공을 바라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1년7개월여 만에 빅리그 승리투수가 된 김선우가 바로 그렇다. 기자가 언젠가 썼다시피 그는 고교와 대학 때까지만 해도 동기생 라이벌 서재응을 능가했다.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도 그는 한번도 에이스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에선 서재응이 먼저 성공했다. 지난 겨울 서재응이 금의환향했을 때 20대 후반의 나이에 만년 마이너리거의 오명을 벗지 못한 그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역전됐다.

왼손 거포 최희섭과 이승엽의 경우도 비슷하다. 당초 올해 이승엽의 활약이 더 뛰어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시즌 개막 불과 한 달 만에 이승엽조차 최희섭의 가공할 파워에 혀를 내두르게 됐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롯데, LG, 두산 새내기 감독 3인방의 희비쌍곡선도 대조적이다. 시즌 초엔 롯데를 14년 만에 단독선두에 올려놓은 양상문 감독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다음엔 LG 이순철 감독 차례. 김성근 전 LG감독의 법통을 가장 제대로 승계한 것으로 보이는 이 감독은 타순파괴와 순발력 있는 불펜 운용으로 일약 팀을 2위에 올려놓았다. 2일 문학구장에서 만난 SK 조범현 감독은 이 감독에 대해 “경기 초반부터 예상보다 한 박자 빨리 승부를 걸어오는 모습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의 화제는 단연 두산을 ‘도깨비 팀’으로 만든 김경문 감독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의 김양경 경기운영위원과 두산 출신인 구경백 경인방송 해설위원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김 감독을 극찬했다.

이들은 “감독이 사인을 많이 내는 팀은 그나마 평균적인 전력을 갖춘 팀”이라며 “두산은 한두 점 승부로 이기고 질 팀이 아니니 괜한 번트로 공격의 맥을 끊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니까 대량 득점도 나오고 자생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평가했다.

결국 이날 내린 결론은 둥근 야구공에 정답은 없다는 것. 복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되기도 했던 새옹의 말처럼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야 말로 만고의 진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하루였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