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송도 신도시에 초중등 과정을 제공하는 외국계 학교가 설립될 것이라는 최근 정부 발표가 교육시장 개방과 관련해 상당한 사회적 논란을 가져오고 있다.
최근 교육계의 관심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고교평준화 문제, 교사평가제 등의 국내 현안에 집중돼 있었지만 그동안 우리는 대한(對韓) 교육시장 개방을 요구해 온 10개국과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원칙적으로 올해 말까지 본협상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시장 개방과 관련해 교육인적자원부는 고등교육과 성인교육 부분만 개방하고 초중등교육 부분은 ‘원칙적으로’ 개방을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송도 외국인학교 설립 계획을 통해 볼 때 이러한 교육부의 원칙에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는 향후 미국뿐 아니라 교육시장 개방을 요구한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에 ‘충격과 공포’를 줄 것이며, ‘시범사례’로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협상 중인 일부 국가는 실제 우리나라 초중등교육 시장에 대한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외국인학교 설립과 관련해 현재 입법예고 중인 ‘외국인 교육기관 설립에 관한 특별법’은 일종의 ‘학교기업(school enterprise)’을 법률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공공성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 심각한 교육가치적 문제를 던진다고 볼 수 있다.
송도 외국인학교 설립허용 계획은 그동안 경제계를 중심으로 교육시장 개방을 찬성해 온 사람들의 입장을 정부가 받아들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찬성론자들은 교육시장 개방이 경쟁을 통한 국내 교육기관의 질적 향상, 교육 수요자의 교육서비스 선택권 확대, 해외유학 대체를 통한 외화유출 감소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갖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교육여건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예상 효과’가 과연 실제적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대학간에도 경쟁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으며, 초중등 수준에서의 학교간 경쟁은 전무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초중등교육 시장 개방은 교육 수요자의 교육서비스 선택권 보장이 아니라, 외국계 학교에 대한 일방적인 선호 현상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해외유학 대체를 통한 외화유출 감소 효과는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교육기관 설립에 관한 특별법은 잉여금을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외국인학교에 대한 일방적 선호현상이 예상되는 현실에서 잉여금 송환을 허용할 경우 외화유출 현상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교육시장 개방을 계속해서 막을 수는 없는 것이 대외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또 다른 현실이다. 따라서 교육시장 개방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국내 교육기관들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외국 교육기관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놓지 않고 무조건 경쟁을 통해 국내 교육기관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허무한 것도 없을 것이다.
신종호 서울대 교수·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