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영국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사건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2일 미군 장교 6명을 중징계하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 들끓고 있는 아랍권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추가 폭로=미국의 폭로전문지 드러지리포트는 2일 영국 일간 데일리 미러에 포로 학대 사진을 제공한 영국 병사들이 또 다른 수백장의 사진을 동료들과 돌려봤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포로를 곤봉으로 공격해 팔에 복합 골절상을 입히기도 했다는 것. 수백장의 사진은 곧 공개될 예정이라고 드러지리포트는 전했다.
미군에 의한 가혹행위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알 마흐디 민병대원인 알 슈웨이리(30)는 “포로 학대가 발생한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전기고문 등을 받았다”며 “미군들에 의한 성적 모욕보다는 사담 후세인 시절의 고문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19세의 압둘라 모하메드 압둘라자크는 지난해 9월 테러범으로 오인돼 미군에 연행된 뒤 6개월간 여러 교도소를 전전하며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머물던 아브그라이브 교도소에서는 개인당 1주일에 1L의 물과 하루 한끼의 식사만 제공받았으며, 말을 듣지 않는 포로들은 개 축사로 사용되는 컨테이너에 넣어졌다고 주장했다.
포로 학대 사실은 초기부터 미군 지휘부에 보고됐으나 군 수뇌부가 이를 방조 또는 은폐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뉴스위크 최신호(10일자)는 군 교도소 책임자였던 제니스 카핀스키 준장이 “군 지휘부는 내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좌불안석 미국 정부=백악관은 포로 학대 파문이 11월 대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즉각 의회 차원의 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칼 레빈 상원의원은 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첫 조사는 군이 담당하더라도 의회 차원의 별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AFP통신은 3일 “이라크 수용시설 책임자인 카핀스키 준장을 포함해 미군 장교 6명에게 최고 수준의 징계서한이 발부됐다”며 “징계는 진급에서 누락되고 강제 전역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