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유가가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석유소비가 많은 아시아가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고(高)유가가 지속되면 아시아 국가들의 올해 성장률이 평균 0.8%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고유가는 인플레와 실업 증가, 성장률 둔화 등을 유발해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일 ‘새로운 오일 쇼크의 영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유가가 세계경제의 건전성에 아직도 중요한 요소”라면서 “1999년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조절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고유가 현상이 2000년과 2001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IEA는 국제유가가 상당기간 배럴당 35달러로 유지될 경우 향후 2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선진공업국들의 국내총생산(GDP)이 0.4%포인트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 유가는 최근 이라크 불안과 미국의 석유 부족 등의 영향으로 급등세를 보여 35달러선을 크게 넘어섰다.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현물은 3일 배럴당 38.18달러, 선물은 38.21달러까지 올랐다.
북해산 브렌트유 현물도 35.62달러로 2000년 9월 8일(36.16달러)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유럽의 경우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아 2004년에 GDP가 0.5%포인트 정도 떨어지고 물가는 0.5%포인트 정도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자체적인 석유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0.3%포인트 정도 하락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IEA 보고서는 최근의 고유가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지역은 신흥공업국들이 많이 몰려있는 아시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공업국들의 경우 석유수입 의존도가 더 높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데다 석유소비가 많기 때문. 아시아(일본 제외) 국가들의 경우 GDP가 평균 0.8%포인트씩 떨어질 것이라는 게 IEA의 분석이다.
IEA는 고유가가 인플레 압력 상승과 생산비 증가, 기업들의 투자 위축, 이로 인한 정부의 세수(稅收)감소 및 재정적자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만딜 IEA 이사는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폭락이든 폭등이든, 유가가 큰 폭으로 움직이는 ‘오일 위기’가 발생하느냐 여부”라며 “앞으로 유가 폭등에 따른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