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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디젤’ 쓰다 車손상… 연료-車 제조사 ‘네탓 공방’

입력 | 2004-05-05 18:25:00


백모씨(32·인천)는 지난달 7일 인천의 한 주유소에서 자신의 싼타페 승용차에 연료를 넣은 뒤 갑자기 차가 떨리고 RPM(분당 엔진의 회전수)이 크게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같은 달 23일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에 차량 수리를 맡긴 백씨는 당시 자신이 주유한 연료가 경유가 아닌 대체에너지인 바이오디젤(BD20)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현대자동차측은 “차량 자체의 문제가 아닌 만큼 무상수리를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백씨는 바이오디젤의 제조사인 신한에너지에 보상을 요구했으나 신한에너지측은 “우리 제품은 산업자원부가 승인한 국내 유일의 대체에너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백씨에게 청구된 차량 수리비는 220만원. 학생인 백씨는 수리비를 내지 못해 2주간 차량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이달 4일에야 일단 차량을 회수해 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백씨와 같은 경험을 한 엄모씨(48·인천)는 자신이 258만원의 수리비를 모두 부담했다.

무공해에너지인 바이오디젤을 넣은 일부 차량에서 이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자동차업체와 이 연료 생산업체가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피해자는 주유소로부터 경유 대신 바이오디젤을 넣는다는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디젤이 문제?=바이오디젤은 폐식용유나 쌀겨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기름과 알코올을 반응시켜 정제한 물질을 경유와 혼합해 만든 대체연료. 국립환경연구원의 분석 결과 이 연료를 사용하면 미세먼지(PM10)는 18%, 매연은 1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자부는 2002년 5월 고시를 통해 2년간 수도권과 전북지역에 바이오디젤을 시범 보급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의 가격은 일반 경유와 같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연료를 사용할 경우 연료분사장치의 부품이 부식되는 등 엔진 및 연료계통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산자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은 연료가 아닌 만큼 정상적인 연료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차량 자체의 결함?=신한에너지는 지난달 20일 현대차에 항의 문서를 보냈다. 유럽에서 이미 상용화됐고 공인된 기관에서 품질인증을 받은 친환경연료를 불량연료로 매도하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라는 것.

신한에너지는 오히려 지난해와 올해 바이오디젤을 주유한 뒤 문제가 발생한 차량 가운데 대형 청소차를 제외한 모든 차종이 싼타페였다며 차량 자체의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 바이오디젤을 넣은 뒤 문제를 제기한 차량은 6대로 모두 싼타페였다”며 “지난해에는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 보상해줬지만 올해부터는 연료 때문이라는 것이 확인되기 전에는 보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애매모호한 산자부=바이오디젤의 시범보급기간은 이달 24일까지로 산자부는 이를 연장할 방침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바이오디젤에 대한 품질검사에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고 현대차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시범보급기간을 연장해 바이오디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