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 중인 국내 유일의 여자복싱 세계챔피언 이인영(33·산본체육관·사진)이 타이틀 박탈위기에 처했다.
이인영의 프로모터 변정일씨는 5일 “지난달 말 국제여자복싱협회(IFBA)로부터 4차례나 타이틀전 연기 사유서를 제출하라는 독촉을 받았다”며 “더 이상 미루기 힘들어 곧 한국권투위원회를 통해 연기 사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IFBA의 관례에 따르면 1차 방어전을 치른 뒤 3개월 이내에 지명방어전을 치른다.
IFBA플라이급 챔피언 이인영은 지난해 12월 1차 방어전을 치른 뒤 대전료 등을 둘러싸고 주변과 갈등을 빚은 끝에 5개월째 잠적 중이어서 ‘3개월 시한’을 훨씬 넘기고 있는 상태. IFBA는 그동안 국내 여자복싱활성화를 위해 선처를 바란다는 국내 복싱인들의 요청에 따라 아직 타이틀을 박탈하지 않았다.
그러나 IFBA는 이인영의 잠적이 길어지자 최근 타이틀매치 연기 사유서를 요구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태세. 복싱인들은 사유서를 제출하더라도 이인영이 챔피언타이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권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인영의 잠적으로 IFBA의 국제경기 일정이 지장을 받고 있다”며 “아직 행적도 밝혀지지 않아 또다시 타이틀전을 연기하자는 요청을 IFBA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인영이 복귀한다 해도 빠른 시일 내에 지명방어전을 치러야 한다”며 “그동안 운동을 중단했던 이인영이 타이틀 방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인영의 매니저 김주병 산본체육관장은 “이틀 전 인영이가 강원 강릉시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연락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