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인권 유린 의혹=일본 마이니치신문은 5일 국제시민단체인 ‘이라크 점령감시 센터’ 에만 아메드 하마스 소장의 주장을 인용해 “이라크 포로에 대한 미군의 성적 학대가 바그다드 인근 아부그라이브 교도소뿐 아니라 이라크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됐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이라크 주둔 미군에 의한 인권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하마스 소장은 바그다드의 루사파 교도소와 이라크 남부 운무카스르 기지 등 적어도 4곳에서 남녀 포로에 대한 미군의 성적 학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독일 공영 ARD 방송은 미국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의 보고서를 인용해 아프가니스탄 전역의 수용소에서도 포로들을 구타하거나 잠을 재우지 않고, 몇 달간 수갑을 채워 놓는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 의원은 “관타나모에서 일어난 가혹 행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비난 확대=요르단 정부 대변인은 4일 이라크 포로들의 사진이 “충격적”이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아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전날 “국제사회에서 인권 존중을 외치는 미국이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가혹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인권기구는 “미군을 심판하기 위해 유엔이 국제법정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고, 무스타파 이스마일 수단 외무장관은 “깊은 슬픔을 표한다”며 미군의 이라크 점령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법무부는 미국에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 조사를 위한 독립 기구 설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HCR)은 이번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하면서 미국에 관련자 기소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의 디에고 오제다 대변인은 “위반이 일어났다면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국제인권법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준수돼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미국을 비난했다.
한편 이라크 주둔 미군 포로수용소의 새 책임자로 부임한 제프리 밀러 소장은 “현재 3800명인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의 포로 수를 2000명 수준으로 줄이고, 포로의 머리에 보자기를 씌우는 등 치욕감을 불러일으키는 심문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