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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패션]바젤-제네바 시계박람회로 본 트렌드

입력 | 2004-05-06 16:59:00


《“시계는 더 이상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제 휴대전화와 컴퓨터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시계가 고급 오트쿠튀르 액세서리로 재탄생하고 있는 이유이다.”(피아제의 최고 경영자 필립 레오폴드 메츠거)

최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바젤 국제 시계 박람회’(지난달 15∼22일)와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명품 시계 전람회’(지난달 19∼26일)에서 세계적인 유명 시계 브랜드들은 일제히 호화로운 ‘오트쿠튀르(고급 맞춤식)’ 개념을 표방하고 나섰다.》

시계 케이스(시계판 부위)는 남녀용 모두 지름 40mm가 넘을 정도로 커지는 추세. 터키석, 산호, 진주 장식도 있지만 역시 다이아몬드가 가장 인기다. 10캐럿이 넘는 다이아몬드 장식 시계에 고무로 된 시곗줄을 연결해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기도 한다.

최고급 시계일수록 간편한 쿼츠(배터리) 모델 대신 기계식(태엽식) 모델이 많은 것이 특징. 시계 내부 부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스켈레톤 무브먼트, 음력과 윤달까지 계산해 주는 기능도 있다. 고급 수공예 장인정신이 추앙받고 있는 것이다.

○ 리미티드 에디션의 매력

2001년 ‘오퍼스 1(OPUS 1)’ 모델을 출시한 해리 윈스턴은 이번에 ‘오퍼스’의 마지막 시리즈인 리미티드 에디션 ‘오퍼스 4’를 선보였다.

시계 장인 크리스토프 클라레가 디자인한 이 시계는 지름이 44mm나 되는 커다란 시계판 주위를 18개의 다이아몬드가 장식한다.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이 있는 앞면과 달의 모양 변화로 밤낮을 표현하는 뒷면을 양쪽으로 뒤집어 착용할 수 있다.

시곗줄은 수공 스티치 작업으로 만들어진 악어가죽, 시계 케이스는 빛 반사 조절 코팅 기법으로 처리된 사파이어 크리스털 유리로 이루어져 있다.

악어, 타조, 도마뱀, 상어 등 고급 가죽을 시계에 사용하는 에르메스는 지난해 75개 한정 생산했던 ‘드레사지’ 모델을 올해는 100개 제작했다. 사파이어 유리를 통해 무브먼트가 내비치며, 흰색과 푸른색의 자개 다이얼(문자판)이 고급스럽다.

○ 젊고 역동적인 스포츠 시계

1884년 창립해 1930년대부터 항공기 조종사용 시계를 만들어 온 브라이틀링은 ‘크로노미터 시계’로 유명하다. 크로노미터는 스위스의 공식 시계 검증 기관인 COSC의 테스트를 통과한 정교한 시계 부속품을 뜻한다.

얼마 전 세계적 자동차 회사 벤틀리와 파트너십을 맺은 브라이틀링은 이번 전시회에서 자동차에 사용하는 메탈 색상을 적용한 ‘벤틀리 GT 크로노그래프’와 시계 케이스 뒷면에 벤틀리의 바퀴 모양을 새겨 넣은 ‘벤틀리 6.75’를 새롭게 선보였다.

스포티하면서도 패셔너블한 이탈리아 시계 브랜드 로크만의 새 모델명은 ‘크레이지 호스’. 지름 45mm의 과감한 시계 케이스와 이구아나 가죽 또는 실리콘 고무 소재의 시곗줄이 작은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은 파베 세팅 장식으로 연결돼 있다.

○ 화려한 패션·보석 시계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시계 디자인까지 총괄하는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1930년대 섹스 심벌 마를레네 디트리히를 모티브로 ‘맬리스 디오르 디트릭’을 선보였다. 여성복에서 사용한 진주 장식을 시계에도 적용했으며 시곗줄에 탈부착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리바 스파클링 디오르 디트릭’은 시계 둘레에 다양한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장식해 밤하늘에 별이 흩뿌려진 느낌을 주었다. 디오르는 메트로 섹슈얼 트렌드에 맞춰 이같이 여성스러운 시계를 남녀 공용으로 추천한다.

세계적 보석 브랜드 피아제는 시계 케이스에 16.2캐럿, 다이얼판에 5.5캐럿, 손목 부분에 34.1캐럿 등 다이아몬드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폴로 투빌리옹’ 시계를 대표 모델로 소개했다.

이 밖에도 다이아몬드 7캐럿짜리 반지의 꽃잎 장식을 열면 시계가 나오는 ‘매직 리플렉션 컬렉션’, ‘시간을 입는 또 다른 방식’이란 콘셉트로 커프스 버튼에 시계를 결합한 ‘라임 라이트 컬렉션’도 호응을 얻었다.

바젤과 제네바박람회에서 만난 시계 브랜드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시계는 시계를 착용한 사람의 취향과 품위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다만 때와 장소에 따라 변화를 줄 것. 요즘 유행인 크기의 시계를 믹스 매치 패션에 적용하면 멋스럽지만, 엄격한 공식 석상에는 적당한 크기의 클래식한 디자인이 품격 있다는 것이다.

바젤·제네바=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