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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푸드]향나무로 구워 더 고소한… 베이징 오리구이

입력 | 2004-05-06 17:04:00

통째로 구운 오리의 껍질을 잘라 밀전병에 파, 오이 등을 싸 먹는 게 베이징 오리구이의 별미다. 사진은 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호경전의 베이징 오리구이. (스타일링=박보은 웨스틴조선호텔 디자인팀장).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왼쪽). 사진제공 메뉴판닷컴(오른쪽 위). 특급호텔 중식당(오른쪽 아래)



《‘식도락의 천국’ 중국이 자랑하는 ‘베이징 카오야(고鴨·오리구이)’. 지난달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먹었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서울에서도 화제다.

베이징 오리구이집은 김 위원장이 들렀다는 취안쥐더(全聚德)가 원조다.1864년 오리 판매업자 양취안런(楊全仁)이 시작해 청(淸)나라 서태후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

지금까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등 200여개국 정상이 다녀갔으며 중국 전역에 60여개 점이 있다.

원래 이 요리에 사용하는 오리는 품종부터 다르다.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베이징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더위에 약하고 추위에 강한 특수종이다. 사육방식 역시 독특하다. 좁은 우리에서 사료를 목까지 찰 정도로 잔뜩 먹이고 굶기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면 껍질이 더욱 기름지고 살이 부드러워진다는 것.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사료는 곡물만으로 구성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류독감 이후 중국산 오리의 수입이 중단돼 미국산이나 국내산 오리를 사용하는데 일부 사육장에서는 중국식 사육법을 따른다.

베이징 오리구이는 요리법이 복잡해 제대로 하려면 사나흘은 걸린다. 오리의 내장 등을 손질하고 껍질과 살 사이에 공기를 넣어 탱탱하게 부풀린 뒤 소스를 발라 이틀 정도 말린다. 이후 오리의 항문을 막고 물을 넣어 화덕 안에 매단 뒤 향나무를 이용해 구워 낸다. 기름이 빠져 껍질이 바삭바삭하고, 굽는 과정에서 껍질과 살코기 사이 지방층이 타면서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담백한 오리요리는 성인병에 좋다.

베이징 오리구이는 껍질만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심장, 발, 혀, 간, 모래주머니, 뼈 등 오리 전체를 남기지 않고 모두 먹을 수 있다. 껍질은 밀전병에 소스를 바르고 파를 얹어 싸 먹는 게 정석이다. 오리뼈를 푹 고아 만든 탕을 곁들여 먹으면 좋다.

서울에서는 취안쥐더의 기술을 전수받았다는 베이징 오리구이 전문점 몇 곳과 일부 호텔 중식당 등에서 오리구이를 맛볼 수 있다. 전문점이 아닌 경우 오리구이를 먹으려면 예약을 하고 가는 편이 좋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 특급호텔 중식당

신라호텔 팔선(02-2230-3366)과 웨스틴조선호텔 호경전(02-317-0494), 서울프라자호텔 도원(02-310-7345) 등이 베이징 오리구이를 낸다.

오리껍질을 밀쌈과 오이, 대파채에 싸 먹는 것은 똑같지만 소스나 나머지 부위 요리법은 조금씩 다르다. 팔선은 밀쌈용 소스로 해선장을 사용하며, 살코기의 경우 손님이 볶음, 튀김, 탕 가운데 요리법을 고르도록 한다. 호경전과 도원은 쌈에 춘장을 내고 살코기는 볶아서, 뼈는 탕으로 낸다. 베이징 오리 한 마리에 팔선과 도원 6만8000원, 호경전 6만5000원. 세금 및 봉사료 별도.

○ 베이징 코야(02-313-5292)

중국 취안쥐더에서 기술을 전수받은 요리사가 참나무 화덕에서 오리 요리를 구워 낸다. 주한 중국대사관 외교관들도 자주 찾는 집.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방향으로 직진하다가 신촌기차역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갈비골목 왼쪽에 빨간 벽돌로 된 10층 건물이 있다.

전용 사육장에서 중국식 사육법대로 기른 오리를 사용하고 있다. 일산점(031-917-5292)도 있다. 오리구이 3∼4인분에 5만원.

○ 만다린(02-753-5693)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 지하에 있는 중국집. 이 식당 추본경 사장은 중국 취안쥐더의 주방장에게 3개월간 오리 건조법과 오리발, 혀, 간, 뼛국 등 ‘오리 100% 활용법’을 배웠다.

제대로 먹으려면 예약이 필수. 건조하는 데만 이틀 걸려 만든 오리구이와 혀, 발바닥 요리 등 오리구이 세트를 18만원에 낸다.

○ 베이징 덕(02-512-5252)

1988년 취안쥐더의 기술자를 초빙해 베이징 오리구이를 내다 1992년부터 베이징 오리구이 전문점으로 새출발했다. ‘베이징 덕’이라는 상호로 특허까지 받은 집. 자체 제작한 오리구이 기계로 요리한다. 춘장에 핫소스와 마늘 등을 넣은 독특한 소스를 낸다. 살코기와 뼈로 만든 탕도 함께 나온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대각선 방향, 압구정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왼쪽에 있다. 오리구이 3∼4인분에 4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