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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산책]‘반 헬싱’ 휴 잭맨 "고독한 사냥꾼役에 반했죠"

입력 | 2004-05-06 17:32:00


호주 출신 영화배우 휴 잭맨(34)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엑스맨’(2000년)을 통해 할리우드 스타로 떠오른 그는 최근 미국서 개봉된 영화 ‘반 헬싱(Van Helsing)’의 타이틀 롤을 맡았다. 또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는 호주 출신 가수 피터 앨런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The boy from oz(호주에서 온 사나이)’에서 주역을 맡아 멋진 노래와 피아노 연주, 춤 실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6월 국내 개봉예정인 ‘반 헬싱’은 ‘미이라1, 2’의 감독 스티븐 소머즈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액션 어드벤처. 반 헬싱은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에 나오는 드라큘라 사냥꾼. 극중에서는 가톨릭 바티칸 교황청의 비밀요원으로 등장해 안나 발레리우스 공주(케이트 베킨세일)와 함께 악령을 물리치는 임무를 수행한다. 여름 공포영화의 단골 주인공들인 드라큘라와 늑대 인간, 프랑켄슈타인 괴물이 총출동해 시속 50마일(약 80km)로 움직이는 카메라를 통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추격전을 펼친다.

최근 뉴욕의 시사회장에 나타난 휴 잭맨은 뮤지컬 공연 때문인지 다소 피곤한 듯 보였다. 그러나 기자들의 녹음테이프가 다 돌아가자 뒤집어 끼워주는 자상함을 잃지 않았다.

―반 헬싱은 어떤 캐릭터인가.

“원작에서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는 60대지만 극중에서는 악령을 사냥하러 다니는 젊고 터프한 캐릭터로 나온다. 터프한 인상을 주려고 이름도 원작의 아브라함에서 가브리엘로 바꿨다. 가지고 다니는 무기도 23가지나 된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프라하 세트장에서 달리는 말들 틈에 몸을 내던지는 장면을 찍었다. 바로 내 앞에서 네 마리의 말이 달리고 있는데 바닥에 깔아놓은 나무 조각들이 튀어 올라 내 머리를 계속 때렸다. 정말 위험했다.”

―‘엑스맨’에 이어 이번에도 남성 호르몬을 많이 분출하는 역할이다.

“‘엑스맨’의 주인공 울버린과 반 헬싱은 다르다. 반 헬싱이 처치하는 악령들은 죽으면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반 헬싱을 살인자라고 부른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임무를 수행하느라 그의 내면은 고독하다. 반 헬싱 자체가 과거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호주 출신으로 영국식 영어를 구사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 피어스 브로스넌의 뒤를 이을 제임스 본드로 부상하고 있다는데….

“내가 퍼뜨린 소문이다(웃음). 사실 무근이다.”

―뮤지컬에 출연할 때 여성 관객들이 무대 위로 팬티를 던지는 등 섹스 심벌로 떠올랐다는 얘기도 들린다.

“팬티 세례를 받았다고 당장 섹스 심벌이 되는가. 무대 위에 서본 경험은 영화를 찍을 때 많은 도움이 된다.”

휴 잭맨은 호주의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뒤 뒤늦게 드라마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의 연예잡지 ‘인터뷰’ 5월호에서 그는 “나는 만성 공부벌레다. 1992년부터 철학학교에서 동서양의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는 내 생활의 중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철학 공부가 갑작스레 얻은 명성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배역을 옮겨 다니며 연기하는 배우가 유독 자신의 삶에 집착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어차피 인생은 연극 아닌가. 롤러코스터를 타야 하는 것은 배우의 운명이다. 쇼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은 여론에 의해 결정된다. 그것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뉴욕=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