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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캘린더]공연/‘아! 난설헌…’ 7일부터 3일간 국립국악원

입력 | 2004-05-06 17:33:00


“한류(韓流)의 원조는 허난설헌?”

한국 중국 일본에서 두루 애송된 허난설헌의 시가 영상과 공연이 어우러진 멀티드라마로 펼쳐진다. ‘씨어터 21’이 7∼9일 국립국악원 별맞이터에서 공연하는 ‘아! 난설헌 그 아름다운 기약’.

조선의 대표적 여성 시인으로 꼽히는 난설헌 허초희(1563∼1589). 그러나 보수적인 조선 사회에서 자유연애와 남녀평등,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꿈 등을 담은 그의 시를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결국 그는 ‘나의 시를 모두 불사르라’는 유언을 남기고 27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동생 허균이 210편의 시를 모아 ‘난설헌집’으로 펴냈으며, 이보다 앞서 허균과 교유하던 명나라 시인 오명제와 주지번이 난설헌의 시를 중국에 소개해 난설헌은 중국에서 먼저 문명을 떨쳤다. 1711년에는 일본인 분다이야 지로가 ‘난설헌집’을 일본어판으로 펴내, 일본에서도 일찍부터 그의 시가 애송됐다.




이번 공연을 위해 작곡가인 채치성씨가 난설헌의 시에 곡을 붙였다. 북 대금 해금 아쟁 거문고 등 국악기 외에 기타와 신시사이저가 동원돼 전통과 현대의 음향을 융합해 들려준다. 출연자들도 국악인이 아닌 연극인 예수정(난설헌 역) 박용수씨(허균 역)가 등장한다.

무형문화재 진도 씻김굿 보유자 박병천씨(사진)가 출연해 눈길을 끈다. 공연 1부는 죽은 이의 혼을 불러오는 ‘박병천의 천궁 하늘길’로 펼쳐진다. 이어 2부에서는 라이브 음악을 배경으로 허균과 난설헌의 시와 대사가 무대를 채운다. 두 사람의 시는 서로 화답하듯 영상을 배경으로 흐른다.

3부에는 진도 씻김굿이 다시 등장한다. 굿의 절정인 ‘길닦음(천도)’에서 끊어질 듯 애절하게 이어지는 ‘삼장개비’의 선율은 듣는 이들의 눈물을 자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난설헌과 자리에 모인 관객들을 축원하는 씻김굿이 끝난 뒤 다같이 어우러지는 ‘난장’이 이어진다.

이번 공연이 실내공간이 아닌 국립국악원 야외공간 ‘별맞이터’에서 대숲을 배경으로 열리는 점도 색다르다. 장윤경씨가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3만원. 1588-789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