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油價▼
고공 행진을 지속해 온 국제 유가(油價)가 배럴당 40달러 선을 위협하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가격 수준은 2년 전과 비교해 50% 이상 오른 것으로 본격적인 고유가시대의 도래와 함께 3차 오일쇼크의 가능성까지 경고되고 있다.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5일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현물은 전날보다 0.66달러 오른 배럴당 39.59달러, 선물(先物)은 0.59달러 상승한 39.57달러에 장을 마쳤다.
현물과 선물 가격은 걸프전 발발 직전인 1990년 10월 11일(41.02달러)과 12일(39.69달러)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또 북해산 브렌트유와 중동산 두바이유도 일제히 급등해 역대 최고가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유가 상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 터키 등에서 발생한 테러로 중동지역 정정(政情) 불안이 확산될 기미를 보인 데다 미국의 석유 제품 재고량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수급 불안이 가시화된 때문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산(減産)을 무기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전략적 결속 강화 △9·11테러 이후 중동을 둘러싼 이해관계 변화 △중국의 고속 성장 등 새 변수들이 출현하면서 198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된 저유가 체제가 붕괴되고 있는 신호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새로운 오일쇼크의 영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1999년 이후 OPEC의 공급조절정책으로 인한 고유가 현상이 2000년과 2001년 세계 경기침체의 원인이었다”며 “앞으로 유가 폭등에 따른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경고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국가에너지정책개발그룹(NEPDG)의 위원장인 딕 체니 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에너지 안보를 통상 및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건의했다. 중국과 일본도 석유자원 확보를 위해 최고 권력자가 직접 나서고 있다.
하지만 원유 수입 3위, 천연가스 수입 2위인 한국은 저유가 체제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변변한 에너지 안보 협의 기구마저 없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 백근욱 연구위원은 “에너지 안보정책의 부재는 경제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무너진 株價▼
종합주가지수가 외국인들의 ‘팔자’ 공세로 3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6일 서울 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4일보다 29.80포인트(3.43%) 하락한 837.68로 마감했다.
이 같은 하락 폭은 올해 들어 최대치이며 종합지수는 2월 4일(835.50) 이후 3개월 만의 최저치이다. 이날 하루 사라진 상장사 시가총액만 13조3000여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주가도 4일 55만5000원에서 52만8000원으로 5% 가까이 떨어졌다.
이날 중국 경기 둔화와 유가 급등에 대한 불안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외국인의 ‘팔자’ 물량과 선물시장의 프로그램(15개 안팎 종목을 컴퓨터로 한꺼번에 거래하는 방식) 매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의 매수세가 부족해 이를 소화해 내지 못하고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외국인은 7일(거래일 기준)째 순매도하면서 이날 하루에만 1810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7일 동안 외국인이 순매도한 주식은 무려 2조5000억원가량.
반면 이날 하루 동안 개인은 394억원, 기관은 929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한편 코스닥시장도 종합주가지수 폭락 등의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지수가 4일보다 21.47포인트 떨어진 437.33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 폭락과 관련해 정부는 7일 오전 7시반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