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군인이 이라크 수감자를 고문하는 사진의 진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사진은 영국 군인이 이라크인의 얼굴을 두건으로 가린 뒤 방뇨하는 장면으로, 1일 데일리 미러가 이 사진을 특종 보도했을 때부터 조작설이 제기됐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5일 의회에서 사진이 날조된 것으로 드러나면 미러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미러의 피어스 모건 편집인을 하원 청문회에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러와 경쟁관계에 있는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애초부터 사진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미러 관계자들이 “고문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진만 있으면 일확천금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한 지 몇 주일 후에 제보자들이 사진을 가져왔다”면서 “모건 편집인은 특종에 눈이 어두워 철저한 확인 없이 사진을 내보내는 성급한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일부 신문은 모건 편집인이 제보자들에게 2만파운드(약 4000만원)씩 제공하고 사진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모건 편집인은 “사진과 제보는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진짜임을 확신한다”며 취재원 공개 요구에는 절대로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는 “특종을 놓친 신문들이 질투심에서 근거 없는 비방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은 6일 미국 병사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 e메일이 사진 확산의 주역이라고 분석하며 이 중 일부는 연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포로 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군병사와 가족측 변호사들이 “문제의 사진촬영이 포로들을 굴복시키기 위한 군 정보관리들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