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서울의 중국어 새 표기’를 공모해 ‘首爾(수이·서우얼), 首午爾(수오이·서우우얼), 首沃(수옥·서우워), 中京(중경·중징)’ 등 4개의 후보작을 뽑았고 이달 안으로 이 가운데 하나를 최종 선정하겠다고 한다. 중국이 ‘서울’을 ‘漢城(한성)’이라는 옛 이름으로 표기하는 것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 친구가 내 이름을 한국 발음으로 불러주지 않는다고 해서 본명을 친구의 발음(중국음)에 맞춰 개명하려는 것과 같은 일로서 잘못된 것이다.
서울은 ‘서라벌’의 준말 ‘서벌’이 전화된 고유어다. 그 때문에 중국도 한글로 ‘서울’이라고 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예컨대 우리가 독일 베를린으로 편지를 보낼 때 독일어로 쓰고, 중국 베이징으로 편지 보낼 때 중국어로 써야 그 나라 사람들이 쉽게 알아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굳이 적당한 한자 표기를 정한다면, 우리 선조들이 써 온 말에서 찾는 게 옳다. 서울시측은 ‘서울’의 한자 표기에 전례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그렇지 않다. 조선 전기까지는 ‘서벌(徐伐)’ ‘서불(徐弗)’이라고 썼고, 조선 후기에는 관찬(官撰) ‘동국문헌비고’ 등에 ‘서울(徐(원,울))’, 안정복의 ‘동사강목’에 ‘서울(徐蔚)’, 이덕무의 ‘앙엽기’에 ‘서올(徐兀)’, 김정호의 ‘대동지지’에 서울(徐鬱) 등으로 쓴 것을 볼 수 있다. 이 중 ‘徐(원,울)’은 유득공의 ‘이십일도회고시’ 등에도 용례가 있는, 가장 많이 쓰인 한자 표기다.
그렇다면 서울의 한자 표기는 ‘徐(원,울)’이나 울산(蔚山) 등 지명에 많이 쓰여 인지도가 높은 ‘蔚’자를 쓴 ‘徐蔚’ 중에서 골라 쓰고 그 발음을 현재 중국음인 ‘쉬위(Xu yu)’가 아닌 ‘서울(seoul)’로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우리가 중국의 수도를 우리식으로 ‘북경’이라고 하지 않고 중국음 ‘베이징’으로 불러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윤우 단국대 동양학연구소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