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사관 소유지인 서울 중구 정동 옛 덕수궁 터(옛 경기여고 자리)에 있는 수령 200여년 된 회화나무가 최근 원인 모를 화재로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지름 1.2m, 높이 15m가량에 수령은 200∼250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한쪽이 텅 빈 채 심하게 썩어 기울어졌으며 싹을 틔워야 할 가지는 그을려 앙상했다. 나무 밑동의 커다란 구멍에는 불똥이 옮아 붙은 것으로 추정되는 그을음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이 나무는 지난해 6월 한국문화재보호재단과 중앙문화재연구원이 지표조사를 벌일 때만 해도 싱싱한 거목이었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지표조사 보고서는 이 나무를 ‘자연 문화재’로 지칭할 정도였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는 이날 “회화나무가 1∼2개월 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에 크게 그을려 현재 잎을 피우지 못하는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고 밝혔다.
이 회화나무가 있는 땅은 미국대사관을 신축하려 했던 지역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24시간 통제되고 있어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 나무를 훼손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의 황평우(黃平雨) 소장은 “회화나무는 서울시내 18그루가 보호목으로 지정됐을 만큼 소중한 수종”이라면서 “자치단체가 미국의 협조를 구해서라도 살려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