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북한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14차 남북 장관급회담 종결회의가 별 성과 없이 끝난 뒤 남측 수석대표인 정세현 통일부 장관(왼쪽)과 북측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오른쪽)가 착잡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있다. 북측은 남측 대표단이 서울로 떠나기 직전 군사당국자회담 개최에 극적으로 동의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4∼7일 평양에서 열린 제14차 남북장관급회담은 ‘기대-실망-급반전’ 양상으로 긴박하게 진행됐다. 2002년 이후 장관급회담에 8차례 참가했던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이 “가장 힘든 회담이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북측은 회담 내내 초강수를 두면서 남측을 압박했지만, 대표단의 평양 출발을 코앞에 두고 군장성급회담에 합의해 역시 ‘급한 쪽은 북측’이란 점을 확인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막판 합의 미스터리=북측이 회담의 ‘사실상 결렬’을 선언하는 합의문까지 낭독한 상태에서 왜 갑자기 군장성급회담 개최에 합의해 줬는지는 의문이다.
남북이 7일 오전 10시반 종결회의에서 교환한 당초 합의문에는 ‘15차 회담 날짜’만 들어 있었다. 그러나 북측은 남측 대표단이 고려호텔에서 짐을 싸던 오전 11시55분 돌연 수석대표 접촉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이뤄진 10분간의 회동에서 장성급회담에 동의했다.
정 장관은 서울에 돌아온 뒤 “북측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가 중요한 문제라며 문서까지 갖고 와 또박또박 읽기까지 했다”고 밝히고 “남측이 장성급회담을 그토록 중시한다는 점에서 회담 합의 실패가 남북관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했다.
▽장성급회담 및 남북관계 전망=장성급회담이 열리면 5∼6월 꽃게잡이철을 앞두고 서해상에서 남북간 우발적 충돌을 막는 방안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남북은 1999년과 2002년 꽃게잡이철에 서해상에서 두 차례 무력충돌을 겪었다.
장성급회담은 남북간 긴장완화를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북한 핵 문제라는 근본적 위협요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그 효과는 부차적인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원점으로 돌아온 남북회담 문화=이번 회담에서 북측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이슈를 줄곧 제기하면서 다른 안건에 대한 논의를 차단했다. 이는 남측의 예상과는 180도 다른 것이었다.
남측은 △용천 참사에 대한 지원 △4·15총선 이후 정치권에서 확산된 우호적 대북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최근 방중기간에 밝힌 ‘6자회담에 최선’ 발언 등에 따라 이번 회담에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었다. 정부가 회담 전에 식량 40만t 지원의 실무방안을 검토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회담 참가자들은 예상치 못한 북측의 완강한 태도에 대해 “새로이 단장으로 등장한 45세의 권 책임참사가 데뷔전을 거칠게 치르려는 속내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준비한 의제
결과진행상황 및 전망
군장성급회담막판 합의올 2월 13차 회담에서 “조속히 개최한다”(남측) “개최를 군 당국에 건의한다”(북측)고 합의했으나 남측의 2월 중순 개최 제안에 북측은 무대응. 남측은 5월 중 개최 기대남북 이산가족상봉사실상합의6·15정상회담 4주년에 즈음해 6월 19∼24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의견 접근식량 지원논의 안함남측은 식량 40만t 지원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었음. 회담에선 쌀의 ‘시옷 자’도 거론 안 했다고 통일부는 설명남북 상설
연락사무소 설치논의 못함
북측은 “아직은 서울 평양에 설치하기엔 이르다”고 반응남북 사회문화협력분과위 설치
본격 논의 못함13차 회담부터 추진했으나 다른 현안에 밀려 본격적으로 논의 못했음북한 핵 문제논의공동발표문에 반영 못했지만 ‘3차 6자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데 의견 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