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71년대 美대학 교도관-수감자 역할 실험 화제

입력 | 2004-05-07 19:00:00


미군에 의한 이라크 포로 학대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상적인 사람도 교도소에서는 ‘괴물’로 변할 수 있다는 수십년 전의 심리학 실험 결과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6일 미국 스탠퍼드대와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오래전에 진행됐던 심리실험 결과를 인용해 엄청난 노력이 없이는 교도소는 잔혹한 장소가 되기 쉽다고 보도했다.

1971년 스탠퍼드대는 심리학과 건물 지하에 가상의 교도소를 만들고 24명의 학생에게 교도관과 수감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했다.

며칠이 지나자 교도관으로 임명된 학생들이 거드름을 피우기 시작했고 수감자들의 머리에 포대를 씌우고 발가벗긴 뒤 성행위 동작을 강요했다. 그 횡포가 예상외로 심각해지자 주최측은 실험을 예상보다 1주일 앞당겨 끝낼 수밖에 없었다.

연구를 주도했던 필립 짐바도 박사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에서 진행된 일들이 나로서는 전혀 놀랍지 않다”며 “교도소처럼 힘의 불균형이 심한 장소에서는 교도관들의 엄청난 자기 통제가 없다면 최악의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60년대 예일대 심리학과가 진행한 실험 결과도 이와 유사한 답을 내놓고 있다.

실험에서는 학생들에게 가상범죄자를 전기고문할 것을 명령했다.

가짜 고문기구가 동원됐고 배우가 범죄자로 가장했지만 학생들은 이 사실을 몰랐고 실험 참가 학생들의 65%가 명령에 복종해 치사 수준인 450v를 투입했다.

스탠퍼드대의 심리학 실험에 참가했던 크라이지 헨리 박사는 “인간은 상황에 따라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나쁜지 인식하지 못하곤 한다”며 “포로 학대 사진에서 나타난 웃는 표정은 인간성에 대한 균형감각을 완전히 상실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실험을 토대로 한 ‘엑스페리먼트’라는 영화도 만들어진 바 있다. 감옥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가를 다룬 독일 올리버 히르쉬비겔 감독의 이 영화는 독일에서 2001년 최고의 영화로 뽑히고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에서도 2002년 개봉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