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각 부처 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2인자’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68) 관방장관이 국민연금 보험료 미납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7일 사임했다.
후쿠다 장관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출범 이후 3년간 고이즈미 총리와 호흡을 맞추며 내각의 살림꾼 역할을 해 온 인물이어서 그의 퇴진은 고이즈미 총리의 정권 운영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후쿠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금 보험료 미납 문제로) 국민의 정치불신을 증폭시킨 데 대해 부끄럽기 짝이 없다”면서 “내 자신의 보험료 미납 사실을 발표할 때까지 부적절하게 처신한 데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후쿠다 장관은 야당의 공세에 밀려 지난달 28일 보험료 미납을 실토하기 전까지 ‘프라이버시에 관한 사항’이라며 자신을 포함한 각료들의 보험료 납부 상황 공개를 거부한 바 있다.
그는 사퇴 이유에 대해 “여야가 연금법 수정에 합의한 것을 계기로 연금과 관련한 혼란을 일단락 지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일부 주간지가 자신의 연금 보험료 미납 문제를 계속 파헤칠 움직임을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고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의 장남인 그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 시절인 2000년 10월 관방장관이 된 뒤 고이즈미 내각에 이르기까지 3년반 이상 재임해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 기록을 세웠다.
후임에는 고이즈미 총리, 후쿠다 장관과 같은 모리(森)파 소속의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60) 관방 부장관이 내정됐다.
일본 언론은 후쿠다 장관의 사임으로 ‘연금 보험료 미납 스캔들’에 연루된 다른 각료들과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에 대한 사퇴 압력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직 각료 중에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재정금융상,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무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청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오키나와·북방담당상 등 6명이 연금 보험료를 미납했거나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상태. 민주당에서도 간 대표 외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대표, 하타 쓰토무(羽田孜) 최고고문 등 거물급 정치인들의 미납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나카가와 경제산업상은 “임면권자인 총리에게 진퇴문제를 일임했다”고 말해 사임을 각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또 민주당 내에서는 “연금 스캔들로 이미지가 실추된 간 대표가 당수직을 고수하면 7월 참의원 의원 선거에서 패배할 게 분명하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