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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의 건강파일]개그맨 이홍렬

입력 | 2004-05-09 17:10:00

개그맨 이홍렬씨에게 웃음은 건강 비결이자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활력소다. 이씨는 이유를 찾지 말고 맘껏 웃을 것을 권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개그맨 이홍렬씨(48). 그는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뒤늦게 유학길에 올랐던 개그맨이다. 해외의 개그 문화를 접목해 국내 개그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요즘 일주일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최근에는 기획사를 세우는 바람에 더욱 바빠졌다. 과거에 간간이 운동을 하긴 했지만 특별하게 한 종목을 꾸준히 한 적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큰 병 한번 걸리지 않았다. 비결이 무엇일까. 그는 ‘웃음’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

○웃음과 수다의 건강학

그는 집에서도 영락없는 개그맨이다. 근엄한 아빠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사춘기의 두 아들이 말이 없다. 그가 주로 ‘시비’를 건다. 아이들을 툭툭 친다. 야, 덤벼봐…. 그는 계속 치근덕거린다. 결국 ‘왜 이래요’라며 빼던 아이들도 ‘에이∼’하며 아빠에게 달려든다.

그는 왜 아이들을 깐족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웃자고 그러지요….

“왜 인상을 쓰고 다닙니까. 웃기에도 시간은 모자라요. 하루하루가 얼마나 값진데….”

그는 직업상 남을 웃기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지려고 웃는다. 웃음소리도 무지 크다. 그는 유머를 모르는 사람이 가장 불행하다고 단언한다.

“방송활동을 하다보면 따로 운동할 정신적 여유나 시간이 없어요. 다행히 제겐 웃음이란 무기가 있는 거죠. 웃음이 없었다면 벌써 큰 병에 걸려도 몇 번은 걸렸을 거예요. 어쩌면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죠.”

웃음은 여유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도 한때 ‘풍’으로 20일간 고생한 적이 있다. 빡빡한 방송 스케줄 때문에 오른손이 마비된 것이다. 그 이후로 절대 무리하게 일을 하지 않는다. 과로는 그에게서 웃음과 여유를 모두 앗아갔기 때문이다.

그는 알아주는 수다쟁이다. 그래서 3∼4시간이 넘는 아이디어 회의가 즐겁단다. 회의가 지겨운 직장인은 이해할 수 없다. 그는 “각자 알고 있는 유머를 풀어 놓으면 회의가 훨씬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웃음을 훈련하라

하루에 얼마나 웃으면 될까. 그의 대답이다.

“여러 조사결과 성인은 하루 평균 7번 정도 웃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소한 어린아이는 하루에 300번, 성인은 100번은 웃어야 모름지기 웃는다고 할 수 있겠죠.”

그는 웃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TV 코미디 프로를 가장 좋은 ‘웃기 교재’로 꼽는다. 프로를 보면서 이건 유치하네, 저건 구닥다리네 하는 식으로 따지지 말 것을 그는 주문했다. 먼저 웃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이 코너가 재미없으면 다음 코너를 기대하며 적당히 웃으면 된다.

그는 평상시에도 유머를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권했다. 많은 사람들이 ‘혹시 내 농담이 썰렁하면 어떻게 하지’라고 걱정하지만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단다. ‘썰렁 개그’도 있는 마당에 썰렁한 유머가 왜 농담이 안되겠느냐는 것이다. 자주 하다 보면 유머실력도 좋아진다.

평소 재미있는 얘기를 메모해 두는 것도 좋다. 웃긴 얘기를 저절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개그맨도 엄청난 준비 뒤에 비로소 무대에 선다는 것이다.

유쾌하고 즐거운 상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는 “이런 상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날리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모든 방법이 효과가 없다면? 그는 거울을 보고 무조건 웃을 것을 권했다. 그 모양이 우스꽝스러워서라도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억지웃음도 웃지 않는다는 것보다 100배, 1000배 낫다는 것이 그의 평소 생각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전문의 평가…웃음, 혈액순환 개선-면역력 증가 효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는 “살아있는 모든 것 중에 웃을 수 있는 생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스운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뇌의 ‘신피질’ 부위다. 모든 생물 중 인간만이 두드러지게 발달해 있다.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의학적으로 입증됐다. 맘껏 웃고 나면 호흡량이 늘어나고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적대감이나 분노의 감정이 줄어든다. 그 대신 면역력은 높아진다.

김 교수는 “웃음이 대뇌의 가장자리계(변연계)를 활성화시켜 엔도르핀 등 신경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험 결과 1시간 동안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백혈구가 증가하며 특히 암이나 세균성 질환에 대항하는 ‘자연살해세포(NK세포)’가 늘어났다.

웃음은 뇌의 이마엽(전두엽) 부분 감정중추를 자극해 감정을 풍성하게 해 준다.

이마엽이 손상되면 감정도 사라지고 유머감각도 없어진다. 반대로 이 부분의 웃음회로에 이상이 생기면 시도 때도 없이 웃는 경우가 있다. 비극적인 상황인데도 껄껄 웃는 ‘병적 웃음’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에서 실시한 한 실험에서는 즐겁고 밝은 면을 보며 유머를 즐기는 사람일수록 낙관적으로 변했다. 김 교수는 “잘 웃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