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集散’은 ‘모이고 흩어지다’는 뜻으로, 중국어에서는 ‘터미널(terminal)’을 ‘지싼쭝신(集散中心)’으로 쓰기도 한다.
集은 '설문해자‘에 의하면, (잡)과 木으로 구성되어 새가 떼 지어(잡) 나무(木) 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부터 ’모이다‘는 의미를 그렸다. 백로나 까마귀들이 무리 지어 나무에 앉아 나무를 온통 그들의 색으로 덮어버리는 모습을 보면 공감이 가는 글자이다.
갑골문에서는 지금의 자형처럼 나무(木) 위에 새(추·추)가 앉은 모습으로 떼 지어있음이 표현되지 않았지만, 금문에서부터 ‘모여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새(추)를 셋으로 만들었다가 해서체에서부터 다시 옛 모습으로 돌아갔다.
‘설문해자’에서는 추를 꽁지가 짧은 새요 鳥(새 조)는 꽁지가 긴 새라고 하였지만, 갑골문의 자형에 근거하면 이들 간의 구분은 힘들다. 굳이 구분하라면 추에 비해 鳥는 목이 잘록한 새를 그렸다는 해설이 나아 보인다.
散은 금문에서 麻와 복(칠 복)으로 이루어져, 손에 막대를 쥐고(복) 삼(麻) 줄기를 때려 잎을 제거하는 모습을 그렸다. 어떤 경우에는 점을 그려 넣어 잎이 제거되는 모습을 형상화시키기도 했다. 금문에 들면서 나무의 속살을 뜻하는 肉(고기 육)이 더해졌고, 소전체에 들어 자형이 조금 조정되어 지금처럼 되었다.
갑골문이 사용되었던 殷墟(은허) 유적지에서 大麻(대마)의 종자와 삼베의 잔편이 발견됨으로써 당시 삼베가 방직의 원료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麻는 바로 섬유로 사용하기 위해 벗겨낸 삼 껍질을 언덕((엄,한)·엄)에 널어놓고 말리는 모습을 그렸으며, 이후 (엄,한)이 작업장을 뜻하는 엄(집 엄)으로 바뀌어 지금처럼 되었다.
잎이 제거된 삼 껍질이어야만 섬유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 목적으로 삼 잎을 분리하는 작업을 그린 散에는 ‘分離(분리)’, ‘分散(분산)’, ‘느슨해지다’ 등의 의미가 생겼다. 그래서 散步(산보)는 걸음(步)을 재촉하지 않고 느슨하게(散) 하여 걷는 것을 말하고, 撒은 손(手·수)으로 흩뿌리는(散) 것을 말하며, 霰은 완전한 형태가 아닌 부서진(散) 채 내리는 눈을 말한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