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제로 일할 분 찾음. 일급(日給) 9000∼9800엔.’
일본 제3의 도시인 나고야(名古屋) 시내의 편의점에는 이런 안내문이 큼지막하게 적힌 구인(求人) 광고지가 쌓여 있다. 나고야에서 승용차로 1시간쯤 걸리는 아이치(愛知)현 도요타(豊田)시의 도요타자동차가 내건 문안이다.
일본 사회 전체가 청년실업 문제로 고민하지만 나고야 일대의 제조업체들은 “인력이 모자란다”며 아우성이다. 도요타가 인기 차종인 ‘프리우스’ 공장의 생산능력을 지난달부터 월 7500대에서 1만대로 늘리면서 일손부족 현상은 더 심해졌다. 도요타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이 공장을 풀가동했기 때문.
일본은행에 따르면 아이치현의 3월 유효구인배율(기업의 구인자 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비율)은 1.28로 일본 1위. 전국 평균(0.77)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구직자 한명당 1.28개의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번화가인 나고야역 앞에는 47층짜리 도요타 사옥(社屋)의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건너편에 자리 잡은 백화점 ‘다카시마야(高島屋)’는 2000년 개업 당시만 해도 투자 원금을 20년간 나눠 회수할 계획이었지만 워낙 장사가 잘돼 16년 앞당긴 올 2월에 목표를 달성했다. 작년 9월 증축공사를 마친 경쟁업체 ‘마쓰자카야(松坂屋)’는 ‘일본에서 매장면적이 가장 넓은 백화점’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나고야 경기를 띄운 일등공신은 지난해 1조1000억엔(약 11조원)의 순이익을 낸 도요타자동차. 하지만 같은 아이치현의 브라더공업, 인근 미에(三重)현의 샤프와 도시바 공장도 큰 역할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량기업에서 흘러나온 돈이 나고야 지역경제를 살찌웠다”고 전했다.
나고야는 한국인들에게 선동렬 선수가 활약한 프로야구 구단 ‘주니치 드래건스’의 본거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이치현의 공산품 출하액은 2002년 기준으로 26년 연속 일본 1위이고 쇼핑센터는 206개로 도쿄(200개)보다도 많다.
아이치현은 내년 3월 열리는 만국박람회를 앞두고 세계 각국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도 이곳에 가야 할 사람은 한국의 정치인과 경제정책 책임자가 아닐까.
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