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시아 경제는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마이클 린치 전 미국 에너지경제학회장을 비롯한 세계적 석유전문가 3명은 10일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인터뷰를 한 린치 박사와 도이체방크 아담 시민스키 이사는 미 상원 에너지청문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석유전문가. 영국 애버딘대 알렉스 켐프 교수는 영국 총리가 지정한 북해 유전 공식 역사가로 정부 문서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영국 최고의 석유전문가이다.
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유가가 1980년대 수준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은 석유공사를 통해 해외 유전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원유 산출량이 늘어나는 나라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유가와 원유 공급의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시장지배력이 강해졌을 뿐 아니라 중동지역의 정세가 불안하기 때문에 고유가가 적어도 6∼12개월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에 대한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계속되고 이라크 과도정부 수립 시한(6월 30일)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유가가 큰 폭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이날 ‘유가 전망, 계속 높고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보고서를 통해 “최악의 경우 유가가 올 4·4분기(10∼12월)에 배럴당 7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현재 하루 800만배럴에 달하는 생산량을 400만배럴로 줄일 때이다.
이는 세계 원유생산량의 5%가 줄어드는 데 불과하지만 석유시장은 생산과 수요가 탄력적이지 않아 ‘공급 쇼크’로 가격이 현재의 갑절 수준으로 오른다는 것.
전문가들은 “(환율 조정을 통해) 고유가의 악영향을 부분적으로 상쇄시킬 수는 있겠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고유가에 따른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율조정이란 달러화 기준으로 거래되는 국제 유가의 상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급격한 경기 하강)할 경우 중국과 주변 국가의 석유소비량이 줄어 유가가 많이 떨어질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이병기기자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