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원내대표(오른쪽)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만나 정책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날 열린우리당과 이 부총리는 정부의 시장 개입과 정책의 우선 순위 설정 등에서 시각차를 보였다. -전영한기자
“시장개혁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정세균·丁世均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시장개혁은 자율적인 규율에서 비롯돼야 한다.”(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지도부와 정부 경제팀 수장(首長)인 이 부총리가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와 정 의장은 10일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이 부총리를 만나 시장개혁과 민생안정 등 국정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대표와 정 의장은 이날 재경부 방문을 통해 민생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 부총리도 공감했다.
하지만 민생안정을 이루기 위한 세부 방안에는 뚜렷한 의견 차이를 보여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정 의장은 “부총리가 시장개혁에 확실한 소신을 갖고 있는 분으로 알고 있다”며 “잘못된 관행이 많이 개선됐지만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또 공정거래위원회를 공격하는 재계를 겨냥해 “일방적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 시장에 대고 성토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자 이 부총리는 “시장개혁은 1차적으로 자율적인 규율에서 비롯돼야 하고 정부는 이것이 되지 않을 때 ‘가이드라인’을 주는 선에서 나서야 한다”고 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시장 실패시에는 정부가 지체 없이 개입해야 한다”며 “개입은 줄여나가야 하겠지만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와 정 의장이 “소득격차 문제가 심각하다”며 ‘분배’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자 이 부총리는 소득격차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도 해법으로는 ‘분배’보다는 ‘성장과 일자리 마련’을 제시했다.
이 부총리는 “성장과 일자리 마련은 기본적으로 정부보다는 기업이 할 일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대표와 정 의장이 총선전 공약으로 내세운 ‘민생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청하자 이 부총리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다소 난색을 표시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