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배·동료 국회의원 당선자와 당원 동지 여러분!
먼저 지금까지 제가 선택해 온 정치행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2001년 5월 저는 동교동계에 맞서 정풍쇄신운동에 앞장섰습니다. 정치생명이 위태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이 옳았습니다. 그로부터 정당개혁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동료들과 함께 개혁에 참여해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국민참여경선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노풍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해 여름 일찌감치 노무현 후보에 대해 공개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현역의원들이 이인제 대세론이니 뭐니에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노풍이 휘몰아친 것은 훨씬 후의 일입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확인했습니다. 그런 열망과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신당이 있어야 했습니다.
대선 직후 저는 20여명의 의원들과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했고, 지난해 4월 신당창당 선언에 앞장섰습니다. 당시 저희 몇 사람은 죽을 각오를 했습니다.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을 버렸습니다.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분열주의자다, 배신자다 하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굴하지 않았습니다.
창당 과정에서도 의견대립이 있었습니다. 지난 해 12월 새 지도부의 선출방식을 두고 간선이냐, 직선이냐는 논의가 벌어졌을 때 저는 직선제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직선제 채택에 앞장섰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11일 직선제로 새 지도부를 뽑는 순간 우리당은 지지율 1위로 치솟았습니다. 4·15 총선 승리는 사즉생의 각오로 신당 창당의 길로 뛰어든 우리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였습니다.
선배·동료 여러분!
제가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흔들림없이 노무현 후보 지지와 신당 창당을 감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시대정신은 우리에게 있다’, ‘국민의 뜻은 새로운 정치다’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연찮게도 이해찬 후보께서는 제가 선택한 정치 행보마다 그 대척점에 서 계시거나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셨음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이 후보께서도 소신에 따라 선택하신 일이지만 저와는 달랐습니다.
이 자리에서 동지 여러분의 평가를 받고자 합니다. 원내대표는 앞으로도 매순간 중요한 결단을 정확하게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노무현 대통령을 뽑아주고 총선 승리를 안겨준 국민의 요구와 시대정신에 따라 국정의 안정과 총체적 개혁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저는 이를 위해 분골쇄신할 각오로 원내대표 경선에 나섰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 당선자 여러분!
저는 우리당이 국민으로부터 받은 지지와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셋째도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개혁을 쉼없이 계속해야 합니다.
전술적으로는 빨리해야 될 개혁이 있고, 천천히 해야될 개혁이 있습니다. 강도높게 추진해야 할 개혁이 있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할 개혁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국민과 함께 하는 개혁’이라는 우리의 참여개혁주의 노선이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을 게을리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집권여당으로서 경제와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안정과 개혁은 결코 다른 두 개의 길이 아닙니다. 안정의 토대가 없이는 개혁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부단한 개혁을 통해서만 진정한 안정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국회를 철저히 개혁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국회의 의정활동지원체계를 대폭 강화시키겠습니다. 의원 여러분의 의정활동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야당과도 상생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되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원칙을 지켜내겠습니다.
우리당을 명실상부한 정책정당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의원 한 분 한 분이 각자의 희망과 전문성에 따라 정책을 주도하시도록 정책위 분과위원회를 활성화시키겠습니다. 정책위가 의원들께 정책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등 의원들의 정책활동을 밀착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긴밀한 당정협력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당이 수렴한 민의와 정책역량을 바탕으로 정부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과제를 어떻게 실천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의원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상향식 민주주의를 철저히 실천하겠습니다. 모든 논의는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론화해서 민주적 방식으로 결정해 가겠습니다. 당론 결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겠습니다. 상임위원장과 간사를 호선으로 선출하겠습니다.
원내대표라고 해서 의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교육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의원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데 일체의 장벽을 없애고 선수(選數) 파괴 운영원칙을 도입하겠습니다. 당내 경륜있는 동지들의 지혜를 널리 모으겠습니다.
무계파 원내운영을 실천하겠습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사심 없이 공정하게 의원 한 분 한 분의 충실한 심부름꾼이 될 것입니다. 초선의원과도 친구가 되어 대화하고 토론하겠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어떠한 형태의 계파나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개혁정치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작은 이견이라도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하겠습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의견이 우리당의 당론이 되고, 참여정부의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저에 대해 불안하다는 지적이 있는 줄 압니다. 노 대통령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비난도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신당 창당 과정에서 늘 앞장서 치고 나갔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소장파에 속한 제가 낡은 정치질서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과감하게 치고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맹목적 개혁주의자가 아닙니다. 조직적 규율에 충실히 따르는 사람입니다. 이제 새로운 우리당의 책임있는 위치에 서게 되면 제 의견을 앞세우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의원님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당론이 마련되면 제 개인적 소신을 떠나 확실히 따르고 실천하겠습니다. 원내대표는 사견을 내세울 권리가 없습니다.
저에 대해 경험과 경륜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낡은 보스정치 구조하의 경험과 경륜은 도리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낡은 정치에 맞서 싸우고 새로운 정치를 열어온 경험과 경륜은 제가 누구 못지 않게 풍부합니다.
지금 중앙당과 원내 사이에 견제와 경쟁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당은 아직 창당 1단계가 완료되기도 전입니다. 창당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지금부터 1년 이내에 주요 개혁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견제보다는 긴밀한 협력과 조율이 더 중요합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 당선자 여러분!
국민은 4·15 총선에서 우리에게 “변화와 개혁”을 명령했습니다. 총선 승리에 자만해서 머뭇거릴 때가 아닙니다. 한 발 앞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야 합니다. 국민이 울 때까지 기다려서는 실패하고 맙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17대 국회에서 우리당이 어떻게 나가느냐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시금석입니다. 국민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고 민의에 귀기울일 줄 아는 적임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선배·동료 여러분!
저를 원내대표로 선택해주십시오. 제가 적임자입니다. 당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힘과 지혜로, 그리고 우리당 당원과 국민의 지지로 총체적 국정개혁과 생산적 국회건설을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연고나 계파에 좌우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당에 구태정치행태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현명하고 개혁정치에 걸맞는 판단을 내려주실 것을 기대하고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