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이해찬 후보입니다.
지난번 연수회 때 만나 뵙고 오늘 다시 만나니 더욱 반갑습니다. 눈 덮힌 설악산의 싱그러운 신록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수에 임하시는 의원님들의 자세에 저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다시 한번 당선의 영광을 안으신 의원님들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중요한 마음의 결정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1997년 평화적인 정권교체로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켰고 2002년 대선승리로 참여정부가 출범했지만 늘 국회에서 다수당이 되지 못하여 제대로 된 개혁을 추진하기 어려웠습니다. 때로는 시도조차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주의에 기대 지난 40년 동안 국회를 지배해 온 세력은 마침내 탄핵이라는 의회쿠데타를 감행했다가 국민의 혹독한 심판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를 보면서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옛말의 의미를 정말 실감했습니다. 여기 모인 우리는 순천자, 하늘과 같은 국민의 뜻에 따른 사람들입니다.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세력이 국회의 다수당이 되었습니다. 이제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말 국회가 달라질 것을 온 국민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우리는 선거과정에서 수많은 국민들로부터 이제 제발 싸우지 말고 경제를 살리라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17대 국회는 싸우지 말고 정책을 토론하고 개발하는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국회가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용해시키는 용광로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17대 국회 첫 1년은 새로운 국회의 틀을 만들고 새로운 당정관계를 정립시키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런 시기에는, 풍부한 의정경험과 행정경험을 가진 원내대표와 정책위원장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잘 대처해야 합니다. 또 사회 각 분야에서 오랜 경륜을 가지고 전문적으로 활동해 오신 152분의 다양한 견해와 경험을 잘 조화시켜 하나로 통합해내는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첫 1년에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면 내년 보궐 선거에서 우리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 과반수 다수당의 위치를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실험을 해 볼 여지가 없습니다. 국민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저와 강봉균 정책위원장 후보는 풍부한 당정협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발전적으로 당정협의를 이끌어 가는데 적임자라고 자부합니다. 저는 4선을 하는 동안 정책의장을 3번 한 풍부한 의정경험 위에 서울시 부시장, 교육부장관 등 행정경험을 더했고, 강봉균 의원님도 재경부장관, 정통부장관,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 포괄적인 행정경험 위에 재선의 의정경험을 쌓았습니다.
아울러 개혁적인 정조위원장들이 당의 정책수립 과정에 생동감을 주도록 하고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17대 국회 첫 1년에 저와 강봉균 의원 콤비가 시행착오 없이 궤도를 닦아놓으면 그 다음부터 한결 쉬워질 것입니다.
17대 국회 첫 1년을 우리 모두가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서 원내대표는 문제를 제기하고 개혁을 선창하는 선수가 아니라 152분의 다양한 의견을 잘 수렴하여 용해해서 하나로 이끌어 가는 연출가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당의 모든 선수들이 잘 뛸 수 있는 마당을 만드는, 히딩크와 같은 감독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원내대표는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민생경제, 빈부격차 완화, 정부구조 개편,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개폐, 언론개혁, 사법개혁 등 현안 과제와 정책에 대해 많은 의원님들의 고견을 듣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 여러 과제의 경중과 선후 완급을 감안하여 당의 정책으로 정립해 책임감을 갖고 내실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각종 현안에 대해 저의 소신과 견해가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제 소신을 먼저 내세우기 보다는 여러 의원님들의 다양한 견해를 하나로 만들고 용광로를 관리하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아무런 정치적 욕심 없이 모든 인연을 초월해서 오로지 새로운 국회, 새로운 당정관계를 정립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것만이 한 번도 낙선시키지 않고 5선을 시켜주신 국민에 대한 저의 정치적, 역사적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의원동지 여러분!
제가 원내대표로 선출되면 다음의 것들을 추진하겠습니다.
첫째, 당정협의를 우리당이 주도하여 명실공히 유능하고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생산적인 개혁을 이끌어 가겠습니다. 이제 국회와 우리당은 더이상 정부의 보조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유신국회 이래 거의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의 위상을 바로잡아 대의기관, 입법부의 역할을 올바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지난번 연수회 때 말씀드렸듯이 국회를 철저히 개혁하여 의원님들의 의정활동을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정책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정책·법률·예산을 전문적으로 심의·분석하여 의원님들이 활용할 수 있는 CRS, CBO 등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또한 정책개발 지원예산을 크게 늘려 의원님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의원 보좌진이 대학과 연구소등에서 파견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당과 국회의 인사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원내대표실에 인사위원회를 설치하여 상임위 배정 등 원내 인사에 있어 적재적소의 원칙을 지키고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여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하겠습니다.
셋째, 남북국회회담을 추진하여 남북평화공존 교류체제를 더욱 발전시키겠습니다. 용천참사 복구지원 활동에서 보이듯이 남북한 동포의 마음은 이미 하나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50년이 넘은 분단의 장벽을 허물어가는 민족사의 전진에 우리 의원님들이 앞장서서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대야협상은 원내대표의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우리당은 각 상임위에서 과반이 아니라 절반의 의석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야당을 잘 설득하도록 먼저 기획하고 준비해야 싸우지 않고 상생하면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대야협상은 유연성과 단호함의 조화입니다. 원칙을 갖고 때로는 매우 유연하게 때로는 아주 단호하게 성심을 다해 협상하여 정치가 국가발전의 견인차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선거과정에서 고집이 센 사람이라서 곤란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원칙주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소수야당 때는 고집으로 버티는 것이 생존의 원칙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과반수 여당이 되었습니다. 과반 여당의 원내대표는 국가발전을 위해 자기 원칙을 접어야 할 때는 접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선배 후배 동료의원 여러분!
이제 우리는 역사 앞에 섰습니다. 첫발을 잘 내딛어야 합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이신 152분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국민들이 찾아낸 영롱한 진주입니다. 저는 152개의 진주를 엮어 한국정치사에서 가장 빛나는 드림팀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우리당 드림팀은 유능하고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생산적인 개혁을 실천해 낼 것입니다.
꿈은 이루어집니다. 그리하여 2008년 봄, 눈 덮인 설악산 자락에서 눈부신 신록을 여기 계신 모든 의원님들이 다시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