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이 조금씩 틀릴 수는 있지만 이렇게까지 폭락하는 장세를 예측하지 못했다니…. 증시 전문가로서 심한 자괴감을 느낍니다.”(A증권사 연구원)
“매일 법인투자가들의 항의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미안할 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대책 없이 당했어요.”(B증권사 투자전략팀장)
증시가 800선 밑으로 밀리면서 증권사 리서치센터 내부에서 씁쓸한 탄식이 새어나오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전망이 틀린 것 아니냐”며 재분석과 함께 뒤늦게 주가 예측치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 예상 최고지수를 1,100선까지 내다봤던 우리증권은 조만간 목표치를 이전 고점이었던 940 전후로 낮출 계획이다.
중국 쇼크 직후 증시 전망치증권사주가하락
지지선올해 예상
최고지수삼성증권820970LG투자증권8501,020대우증권830∼8501,000동원증권840∼8501,050현대증권8201,050우리증권8601,100
우리증권 이철순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에 시장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할 줄 몰랐고 유가도 하락할 것으로 오판했다”며 전망이 어긋난 이유를 설명했다. 또 하락장을 떠받칠 매수 세력이 없어 악재의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
지난달 말까지 ‘최고 예상지수 1,000’ 전망을 유지해 온 대우증권 역시 940선으로 수치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다만 불확실한 변수가 많아 새로운 지수 전망치를 내놓기도 쉽지 않다는 게 고민이다.
연초 950∼1,000선을 전망했던 삼성증권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로 떨어지면 평균이익이 10% 줄어든다”는 이유 등으로 같은 작업을 벌이고 있다. 4월 지수가 목표치에 가까워지자 추가 상향 조정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내부 검토를 벌이던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LG투자증권은 21일 전망 등을 발표하는 포럼에서 새로 수정한 목표 지수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현대증권은 지수가 2·4분기(4∼6월) 중 연중 최고 수준인 1,050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던 기존 전망을 철회했다.
현대증권 김지완 연구원은 “고유가 문제가 지정학적 위험으로 예측이 곤란한 상황이어서 경제에 미칠 파장도 가늠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지수 전망치를 제시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 하반기에 정보기술(IT) 경기 호조와 기업 실적에 힘입어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