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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폭락장 저가매수 활발…보름간 1조원대 순매수

입력 | 2004-05-11 17:46:00


여유자금 5억원을 주식에 투자한 서울의 개인투자자 김형욱씨(가명·55). 그는 지난달 초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돌파하자 주식 4억원어치를 팔고 부동산으로 갈아탔다.

그는 “900선이 고비라고 판단하고 주식을 팔았다”며 “외국인 매물을 받아주다가 상투를 잡을까봐 추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강남에 사는 개인투자자 나철용씨(가명·56)는 11일 장이 열리자마자 주당 50만7000원에 삼성전자 주식 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단기 급락으로 인한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투자금의 절반을 ‘베팅’한 것.

그는 “주가가 더 하락할 수도 있지만 단기 반등할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본다”며 “5∼10%의 수익을 올리면 되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폭락장이 이어지면서 ‘개미’들이 바빠지고 있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관망세와 ‘지금이 매수 시점’이라는 저가 매수 세력으로 크게 갈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외 변수에 따라 6월까지 단기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리한 추격 매도나 추격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관망세 속 저가 매수 꿈틀=상승장에서 주식을 꾸준히 팔았던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거꾸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던지는 물량을 개인이 받아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들은 거래소 시장에서 하루(7일)를 빼고 ‘순매수(판 금액보다 산 금액이 많음) 행진’을 벌였다.

이 기간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1조413억원. 시가총액 100위 이내의 대형주만 1조133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의 순매수 규모만 7500억원에 이른다.

삼성증권 서울 청담동지점 김선열 지점장은 “청담동지점에서만 주가가 폭락한 10일 30억원, 11일 오전 1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며 “주가가 반등할 경우 가장 먼저 오르는 대형 우량주를 저가 매수하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무리한 추격 매도 및 매수는 자제=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변수가 가닥을 잡고 2·4분기(4∼6월)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는 6월 하순까지 주가가 요동을 치는 ‘도깨비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시장의 수급이 붕괴돼 과민반응을 보이는 상황이고 지수가 바닥권에 근접하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과 선물옵션 만기일(13일) 등이 걸려 있는 이번 주가 고비”라고 분석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연구위원은 “단기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번 주말 이후 반등 가능성이 있다”며 “반등시 실적보다 수급에 따라 움직인 종목을 팔고 업종 대표주 등을 보유하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달러화의 강세로 원화 자산에 대한 매력이 줄었다”며 “원화 환율이 안정을 찾는 시점을 저가 매수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