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포로를 학대한 미군 병사들에 대한 첫 군사재판이 19일 바그다드에서 열린다. 미국은 땅에 떨어진 도덕성을 이번 재판을 계기로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부분 아랍 국가들은 기소된 미군 헌병 7명을 전범으로 간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또 다른 마찰이 예상된다.
▽왜 ICC인가=요르단의 아스마 호드르 정부 대변인은 "미군의 이라크 포로학대 행위는 국제법에 명시된 전쟁 범죄"라고 규탄했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 정치운동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전범으로 ICC에 회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랍권 국가들이 'ICC 카드'를 들고 나온 이유는 재판과정에서 '미국의 입김'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미국 주도의 군사재판에 회부되면 '팔이 안으로 굽듯' 변죽만 울리고 끝날 수 있기 때문. 실제 제러미 시비츠 상병(24)의 유죄가 확정되면 1년의 징역형, 이등병으로의 강등, 강제퇴역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된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ICC에 반대하는 미국=그러나 이상면(李相冕) 서울대 법대 교수는 "미국과 이라크는 모두 ICC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포로학대로 기소된 미군을 ICC에 회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ICC 규정에 따르면 기소 대상자가 속한 국가가 처벌을 거부하거나 처벌할 수 없을 때에 한해 재판절차를 시작한다. 혹은 ICC 가입국 안에서 범죄가 일어났을 때도 ICC가 관할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이라크는 모두 ICC 가입국이 아니다.
미국은 2002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ICC가 설립될 당시 자국 평화유지군은 면책권을 받아야 한다며 가입을 거부했다. 전 세계 100여개국에 배치돼 있는 30여만명의 미군들이 각종 이유로 ICC에 회부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ICC에 가입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군사훈련과 무기장비 구입비 제공 등 일체의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동맹국들의 ICC 가입을 막기도 했다.
▽고문방지협약도 반대=부시 대통령은 ICC에 가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2002년 7월 하순에는 '고문방지를 위한 국제협약' 체결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국제앰네스티(AI)는 ICC 출범 1년째인 지난해 7월 '국제 정의를 무너뜨리려는 미국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자국민 보호에만 앞장서는 미국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이보 달더 연구원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의 반감을 사며 미국이 추구하는 바를 얻는 것은 단기적인 승리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