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 중국의 긴축정책 등 3대 해외 변수가 맞물리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자 각 기업은 긴급회의를 갖고 어떤 영향을 받을지 분석하는 등 초비상이다. 많은 변수가 한꺼번에 움직이는데다 업종과 기업의 상황에 따라 서로 상반되는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있어 산업계가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는 내수업종이 상대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와 달러 강세는 수입 물가의 상승을 가져오고 소비심리의 위축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수출업체들은 달러 강세로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겠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의 긴축정책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 급등
업종 구분 없이 대부분의 기업에 악영향을 줄 변수는 고유가다.
유통 의류 식품 등 내수업종 관계자들은 “경기가 1년 이상 바닥을 기고 있는데 고유가마저 몰아닥쳐 올해는 더욱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다”며 울상이다.
이마트 김홍국 가전담당 바이어는 “이맘때쯤 예약판매로 잘 팔리던 에어컨의 경우 요즘에는 찾는 사람이 없다”며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소비심리가 다시 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출원가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항공과 해운회사들은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30달러로 잡고 경영 계획을 만들었지만 이미 유가는 39달러를 넘어섰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30달러를 넘어설 경우 1달러가 오를 때마다 연간 3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고유가는 정유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美 금리인상 움직임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수출업종은 달러 강세가 그리 오래가지 않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세계적인 경기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환율이 유지된다면 2·4분기(4∼6월)에 3000억원의 추가 수익이 생긴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 긴축에 따라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 미국시장에서 인센티브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줄어 영업력이 약해진다”며 “다만 고유가가 지속되면 중소형차를 선택하는 미국 소비자가 늘어 현대차가 다소 유리하겠지만 내수침체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수입 원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업체들은 고유가와 달러 강세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나프타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달러까지 강세를 보여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경기 조절에 들어가 수출 물량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긴축
중국시장을 상대로 하는 업체와 중국의 대규모 원자재 확보로 원자재난을 겪고 있는 조선 및 철강업체는 서로 다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의 긴축은 최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 철강 전자부품 업종에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반면 조선업계는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원자재의 블랙홀로 작용했던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줄면서 철강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달러 강세로 수출 가격까지 올라가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는 이점이 있지만 중국 수출 물량이 갑자기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