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가 죽어가고 있다. 투자와 인력부족으로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과 양이 동시에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작 공공의료 서비스의 혜택을 받아야 할 서민들과 희귀질병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의료 위축 실태=경기 성남시 구시가지는 지난해 민간 종합병원 2곳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이후 응급실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밤중에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분당 등 인근 지역을 찾아야 한다. 성남시 시민단체들은 공공의료기관(시립병원) 설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성남시측은 재정난 등으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성남시는 대신 대학병원을 유치할 계획을 짜고 있지만 상당기간 의료 공백은 불가피한 상태다.
서울시는 “2002년 11월 부도난 서울 성동구 방지거병원을 공공병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사업성이 낮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공의료 분야의 경우 의료인력 유출도 심각한 상태다. 의료진들이 개업하기 위해 사표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
지방공사 의료원(전국 33곳)의 경우 의사 755명 가운데 39%인 295명이 2000년을 전후해 대거 사표를 냈다. 지방공사 의료원은 의사 654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581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보훈병원(5곳)도 의사 207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195명만이 일하고 있다.
1960∼70년대 전체 환자의 절반가량을 돌봤던 국공립 의료기관의 병상 비중도 2000년 15.2%, 지난해에는 11.6%로 크게 줄었다.
▽최하위 오명=한국의 공공의료 비중(병상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국가가 의료복지를 책임지는 영국(96.3%)이나 프랑스(65%)뿐만 아니라 민간 의료보험제도가 정착된 미국(33.2%) 일본(35.8%)의 공공의료 서비스에 비해서도 낮다.
특히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 의료기관은 병상을 오래 차지하는 희귀병이나 난치병 환자를 돌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공공의료기관이 이 같은 환자들에 대한 치료를 맡아주어야 하나 투자부족 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과 최종균 서기관은 “올해 복지부는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예산 3300억원을 신청했으나 600억원만 배정받았다”고 말했다.
▽공약(空約)되나=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때 “공공의료 비중을 병상수 기준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을 이행하려면 매년 1조원이 필요하지만 예산은 태부족하다.
노 대통령은 시군구마다 거점병원을 두고, 인구 5만명당 보건소 한 곳씩을 둬 서민을 위한 1차 진료를 강화하고 희귀 난치병 환자와 노인 장애인 등을 돌본다는 공약을 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이규식 교수는 “보건소는 비만 등 만성질환 예방을 계도와 예방접종에 힘쓰고, 공공의료기관은 희귀 난치병 치료를 전담케 해 민간의료를 보완하는 게 최근 선진국들의 추세”라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공공병원 의사 현황구분적정인원현재인원계의사공보의지방공사의료원(33곳)654581423158보훈병원(5곳)2071951905원자력병원(1곳)9382820적십자병원(6곳)93786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