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하일마을 전갑철 이장이 마을 어귀에 세워진 ‘범죄 없는 마을’ 기념비 앞에 섰다.-사진제공 화성시청
“원래 이 일대가 인심이 후하고 이웃에 잘해주기로 유명해요. 울타리 있는 집을 찾아보기가 힘들잖아요.”
지난달 25일 수원지검이 ‘법의 날’을 맞아 발표한 경기도내 ‘범죄 없는 마을’ 조사에서 ‘도내 최장기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된 화성시 마도면 송정2리 ‘하일마을’ 전갑철(全甲喆·58) 이장의 설명이다. 이 마을은 23년째 ‘무범죄’ 기록을 자랑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다시 ‘최장기’ 기록을 경신했다.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작은 일만 있어도 마을회관에 모여 논의하고, 이웃의 경조사에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만큼 서로 잘 알고 지내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평생 이 마을에 터 잡고 지내 온 전 이장은 특이하게도 ‘무범죄 마을’의 또 다른 비결로 ‘종교’를 꼽았다. 120여명의 마을 주민 대부분이 교회 또는 성당에 다니기 때문에 저녁예배나 심방 등으로 집집마다 모임이 끊이지 않고 밤중에도 통행량이 많은 만큼 범죄자들이 기웃거릴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범죄 없는 마을’ 조사에서는 특히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배경인 화성시가 8개 ‘범죄 없는 마을’ 중 5곳을 차지해 눈길을 끈다.
“화성시가 워낙 넓고 도농 복합도시로 승격된 곳이라 마을마다 분위기도, 사정도 제각기 다르죠. 그렇지만 본디 평화롭기로 부러움을 사던 곳이었어요. 우리 마을만 해도 연쇄살인사건으로 시끄럽던 시절에도 문 열어놓고 잠을 잤어요.”
하일마을 역시 젊은 세대는 대부분 인근 공단으로 출퇴근을 하고, 노년층만 농사를 짓게 됐지만 공단 덕에 아예 젊은 세대가 빠져나가는 ‘청년감소’ 현상은 크지 않았다.
전 이장은 “화성에 공단이 생기면서 한때 시끄러운 살인사건도 생겼지만, 그것도 오래 전 일인 만큼 이제는 화성(火星) 보듯이 ‘사람 살기 힘든 곳’으로 생각하는 시각은 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