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좌향좌’로는 경제위기 못 넘긴다

입력 | 2004-05-11 18:46:00


한국은 지금 경제를 둘러싼 이념투쟁과 정치투쟁의 실험장이 돼버렸다. 좌파 성향과 포퓰리즘 성향의 일부 고위관료 및 여당세력이 경제정책 방향을 ‘시장에 대한 국가개입 강화, 성장보다 분배 중시, 자본가보다 노동자 우선’ 쪽으로 ‘좌향좌’하고 있다. 제2야당이 된 민주노동당은 이런 좌파적 정책을 더욱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시장원리와 시장의 판단을 중시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감이 있다.

경제정책의 ‘좌향좌’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면 불행하게도 만성 경제위기의 나쁜 모델을 보여 온 남미 일부 국가들을 뒤따를 우려가 높다. 외국자본의 철수는 물론이고, 국내자본도 기업이건 개인이건 해외로 대거 이탈할 것이다. 그나마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지탱해온 우수한 인적 자원도 잇달아 조국을 떠날지 모른다.

그러면 이 땅에 남는 사람과 돈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빈부격차 없이 고루 잘 사는 ‘평등 천국’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꿈은 이미 20세기의 세계적 실험을 통해 허망한 몽상으로 결론 났다. 어렵게 축적한 인적 물적 자본을 잃고 나서 쾌속 질주하는 경쟁국들을 따라잡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정부 여당은 경제정책 선택에 있어서 다른 누구에게도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 민노당이나 여론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대체하는 사회주의적 정책을 요구하고, 반(反)기업 반(反)시장 및 폐쇄적 민족주의 기류를 보인다 해도 이에 편승해서 생긴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정부 여당이 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사느냐 죽느냐는 대외변수 이전에 좌파이념과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극복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모험적 경제실험의 즉각 중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