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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卷三. 覇王의 길

입력 | 2004-05-11 18:46:00


鴻門의 잔치 ⑦

항우를 따라 관중으로 들어온 항백은 장량이 패공 유방의 막빈(幕賓)으로 있다는 풍문을 듣자 몹시 반가웠다. 틈나는 대로 찾아가 옛 정을 이으려고 하는데, 항우가 패공을 치려한다는 말을 들으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항우의 성격으로 미루어 패공만 죽이고 끝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두면 그 막빈인 장량도 다음날로 죽은 목숨이었다.

처음 항백은 어떻게든 항우를 말려보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숙부와 조카 사이라고 해도 말릴 수 있고 말릴 수 없는 일이 따로 있었다. 특히 패공이 일부러 군사를 보내 함곡관을 막은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거기다가 항우 곁에는 언제나 범증이 붙어 있어 패공을 없애려 하고 있으니 더욱 말을 붙여보기 어려웠다.

이에 항백은 밤중에 말을 달려 패공의 진채로 갔다. 항백의 협기(俠氣)로 장량이 죽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홍문에서 패상까지는 50리 길이라 항백은 밤이 깊어서야 패공의 진채에 이를 수가 있었다. 파수를 서던 군사가 항백을 가로 막았으나, 장량을 찾아왔다고 하자 항백을 곧 장량에게 데리고 갔다.

장량도 항백이 조카 항우 밑에서 좌윤(佐尹)으로 일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런 항백이 깊은 밤에 홀로 찾아들자 심상찮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장량은 그 예감을 더 큰 반가움으로 드러내며 항백을 얼싸안았다. 항백도 그런 장량을 뿌리치지 않았다.

수인사를 마친 장량은 곁에 두고 부리는 군사를 불러 술상을 차려오게 했다. 하지만 항백에게 당장 급한 일은 옛 은인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었다. 술상을 기다려 쌓인 회포를 풀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장 대협(大俠). 아니, 자방(子房)선생. 지금 한가롭게 술잔을 나눌 때는 아닌 듯 싶소. 먼저 내 얘기를 들어주시오.”

항백이 급하게 손을 저어 술상을 말렸다. 장량은 더욱 무슨 큰 일이 있다 싶었으나, 짐짓 모르는 척 딴전을 피웠다.

“항형(項兄),무슨 일인지 모르나 여러 해 만에 만난 우리가 술 한 잔 나눌 수 없대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이야기는 술상머리에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패공과 자방선생은 도마 위의 생선과도 같은 처지외다. 조카 우(羽) 가 내일 아침 거느린 40만 대군을 들어 패공의 진채를 들이칠 것이오.”

“아니, 항형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는 상장군께서 관중으로 들어오셨단 말을 듣고 이리 기뻐하고 있는데, 상장군께서 도리어 대군을 들어 우리를 치시겠다니요?”

어느 정도 짐작하던 일이었으나 장량은 그래도 모르는 척 딴전을 피웠다. 항백이 딱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함곡관 문은 왜 닫아걸고 우리에게 맞섰소? 거기다가 패공께서는 항복한 진왕 자영을 승상으로 삼고 관중왕이 되려 하신다면서요? 진귀한 재보를 모두 거두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자영이 바친 진나라의 옥새와 부절(符節)까지 무단으로 쓰고 계신단 말도 들었소. 불같은 조카의 성미를 그렇게 건드리고도 너무 태평들 하시구려.”

그제야 장량도 정색을 했다. 새삼 두렵고 걱정스런 표정이 되어 물었다.

글 이문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