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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증시 어떻게]“주가폭락 주범은 940조원대 단기자금”

입력 | 2004-05-11 18:49:00


최근 세계 주가와 채권가격의 동반 폭락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우려한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자금의 급격한 유출이 주범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0∼1%대에 불과한 미국과 일본에서 단기로 투자자금을 조달한 뒤 장기 국고채권이나 신흥시장 증시, 각종 현물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는 일종의 투기거래를 말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1일 “원유가 급등으로 촉발된 물가상승 압력만으로는 최근의 금융시장 대혼란을 설명할 수 없다”면서 “물가상승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투자하는 금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증거”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 대신 미국 중심의 투기거래자들이 금리 인상을 의식해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한 것이 금융시장 혼란을 몰고 왔다고 분석했다. 또 신문은 전 세계에서 일거에 회수한 자금으로 달러화를 매입하면서 달러화 강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는 8000억달러(약 946조원)로 추산된다.(임송학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캐리 트레이드 거래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회복을 위해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현재 1%인 연방 기준금리가 1.25%나 1.5%로 오를 경우 이들에게는 큰 위험이 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캐리 트레이드 거래자들이 (금리인상 위험 때문에) 돈을 빼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마지막에 출구를 빠져나오고 싶은 거래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급격한 자금 유출 배경을 설명했다.

교보증권 임 센터장도 “FRB가 금리를 인상하면 캐리 트레이드 거래자들은 금리 부담이 늘고 보유 중인 장기채권의 평가손실을 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994년 1년간 FRB가 기준금리를 3%에서 6%로 네 차례 연속 인상했던 전례가 올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소개했다. 당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미 국고채 시장은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