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총무냐, 원내대표냐, 아니면 의원대표냐.”
요즘 한나라당이 새 원내 사령탑의 명칭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실무작업을 맡고 있는 당헌당규개정분과위원회는 7일 기존의 ‘원내총무’란 명칭을 ‘원내대표’로 바꿨다가 불과 사흘 만인 10일 또다시 ‘의원대표’로 변경했다. 원내총무는 ‘구태 정치’를 연상시키고, 원내대표는 원내와 원외가 대립하는 것처럼 비친다는 이유에서였다.
11일에는 일부 의원들이 의원대표라는 명칭이 “권위주의적인 인상을 준다”고 반발해 원내총무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물론 정치 행위에서 ‘명칭’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하지만 원내 사령탑의 명칭 결정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혼선과 진통을 지켜보면서 혹시 내실을 챙기려는 노력보다는 겉모양에 매달리는 이미지 정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 총선 후 한나라당의 행보는 이런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선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과 3선급 중진의원들이 지도체제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모습만 해도 그렇다. 당사자들은 “당 발전을 위한 생산적 논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면에 ‘밥그릇 싸움’의 성격이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6·5재·보궐선거 공천 심사 과정에서도 일부 의원과 당선자들은 당헌 당규에도 없는 ‘지역공천심사위원회’를 자의적으로 만들어 후보를 뽑은 뒤 중앙당에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심지어 영남권 일부 의원들의 경우는 “경쟁자가 될 싹은 잘라야 한다”며 본선 경쟁력을 갖춘 기초단체장 후보들을 탈락시키는 데 앞장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처럼 ‘잿밥’에만 관심을 보이는 듯한 한나라당의 행태는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는 약속에 121석을 만들어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느낌이다.
국민이 원하는 바가 진정 무엇인지 고민하고 개혁을 위해 힘을 모으기는커녕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명칭을 아무리 바꾸어도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
정연욱 정치부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