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했던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전 대표는 요즘 탄핵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총선 이후 두 사람은 외부 접촉을 줄이고 주로 독서 등으로 소일하며 답답한 심경을 달래고 있다.》
▼崔 “헌재 결정뒤 말하자”▼
최병렬 전 대표는 1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된 뒤 얘기하자”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마치 기각이 다 된 것처럼 말하는데…. 결정이 나온 뒤 말하자”며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총선에서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극복됐다고 하더라”면서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잘해서 총선을 잘 치렀고 ‘당신이 당을 살렸다’고까지 말했다”고 박 대표를 추켜세웠다.
그는 요즘 좌욕(坐浴)을 즐긴다.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주로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는데 할애하고 틈틈이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등의 책도 읽는다고 했다. 최근 허벅지에 있는 작은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 움직이는 데 조금 불편하다고 했다.
최 전 대표는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 그저 (상황을) 보고 있을 뿐이다”고 말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趙, 도서관서 독서로 소일▼
‘삼국지’ ‘사서삼경’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 ‘전쟁의 역사’ ‘한국전쟁’…. 조 전 대표가 최근 새로 구입한 도서목록이다.
11일 어디론가 외출한 조순형 전 대표를 대신해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부인 김금지(金錦枝)씨는 “가까운 친구 외에는 만나지 않고 자택이나 도서관에서 책읽기에 몰두하고 있다. 아마 어느 도서관에 가시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조 전 대표가 발의를 주도했던 탄핵안과 관련, “남편은 총선 이후에도 별다른 말을 안 하지만 초지일관인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국회의원 193명이 다같이 결정한 것인데 여론이 나쁘다고 ‘3보1배’로 사과를 한다느니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잘못을 빈다느니 하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일각의 태도는 웃기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특히 “한 일에 대해 소신을 갖고 끝까지 밀고나가야 남자이고 정치인이다. 불이익이 온다고 태도를 바꾸고 울고불고하는 사람은 책임 있는 정치인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역사의 평가를 받겠다는 원칙과 소신이 있는 나의 남편이야말로 존경하고 기댈 수 있는 분이다. 그래서 요즘 더 잘해준다”고 덧붙였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