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영국군이 여덟 살짜리 이라크 소녀를 정조준해 살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AI)가 11일 폭로했다.
미국 국방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포로 학대 사진이 수백장 더 있다고 밝히는 등 포로 학대 파문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연합군은 그동안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 인권단체의 꾸준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성학대 등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8세 소녀까지 사살=AI는 영국군 킹스 연대 소속 병사가 지난해 8월 카르마트알리라는 마을에서 여덟 살짜리 소녀 하난 살레 마트루드를 55m 거리에서 정조준해 사살했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2월과 3월 현지를 방문한 AI 대표단은 “영국군들은 결혼식 하객들 사이에 있던 소녀가 우연히 경고사격에 희생됐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상황을 목격한 증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고 덧붙였다.
AI는 보고서에서 영국군은 자국 병사들이 이라크 민간인들을 살해한 상당수 사건에 대해 아예 조사를 하지 않았으며 진행 중인 조사도 ‘쉬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군인의 개인행동 아니다=포로 학대는 10일 공개된 ICRC의 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ICRC는 연합군 정보당국이 정보를 얻기 위해 포로들에게 구타 살해위협 등 신체적인 학대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또 수감자에 대한 폭력행사는 일부 군인의 개인적인 행동이 아니라 일상화된 과정 중 일부였다고 지적했다.
ICRC는 특히 지난해 4월부터 거듭 포로학대에 대해 경고했지만 연합군은 이를 무시했다고 폭로했다.
보고서는 수감된 이라크인 중 70∼90%는 증거도 없이 미군에 체포됐고, 총 4만3000명에 이르는 수감자 가운데 600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라크 사법당국의 판단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혹행위는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뿐 아니라 이라크 전역의 수용시설에서 벌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쿠사이 메하위시(23)는 “안바르주(州)의 캠프 바그다디 수용소에서 조사관은 긴 끈으로 내 몸을 둘둘 감았고 머리에 봉지를 씌운 후 바짝 조여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 마크 키미트 준장은 10일 “이라크 내 모든 수용시설에 대해 포괄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학대사진 더 많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0일 국방부를 방문해 확인한 10여장의 미공개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 말고도 공개되지 않은 사진 수백장이 더 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 래리 디리타 대변인은 “국방부는 학대 장면이 담긴 짧은 비디오 수십개와 CD 3장에 수백장의 사진을 갖고 있지만 상당수가 중복되는 사진들로 정확한 수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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