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영되는 EBS 다큐멘터리 ‘버마 민주화 운동의 등불-아웅산 수지’. 수지 여사는 아직도 조국을 버마라고 부르며 군사 정권이 바꾼 국호 ‘미얀마’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진제공 EBS
“독재정권에 대한 감정은 증오가 아닙니다. 그들의 행위에 화가 나지만 증오를 품지는 않아요. 투쟁의 상대에 대해 증오를 품으면 이미 진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죠.”
EBS는 시사다큐멘터리 ‘버마 민주화 운동의 등불-아웅산 수지’를 12일 오후 8시50분 방영한다. 캐나다의 ‘문도비젼’이 제작해 미국 일본 캐나다에서 최근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10년 넘게 가택 연금을 당하고 있는 미얀마(구 버마)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 수지 여사의 근황과 독점 인터뷰를 담았다.
취재팀은 지난해 11월 미얀마의 수도 양곤의 민족민주운동동맹(NLD) 당사에서 열린 미얀마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현지 비밀경찰의 감시를 따돌리고 수지 여사를 인터뷰했다.
수지 여사는 인터뷰에서 미얀마의 낙후된 교육과 의료 문제에 대해 국제적 관심과 도움을 호소했다. 또 군사정권과 싸우고 있는 카렌족과 같은 소수민족 보호나 양심수 문제 등을 언급하며 앞으로 이런 현안을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지 여사는 “사람들은 싸운다고 바뀌는 게 뭐 있느냐고 쉽게 묻지만 (민주화로 가는) 변화는 보이지 않아도 우리 곁에서 늘 일어나고 있다”며 “국외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미얀마의 일상을 바꾸는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는 수지 여사의 민주화운동 행적도 소개했다. 수지 여사는 1988년 영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다 귀국해 민주화운동단체인 민족민주운동동맹을 결성했다. 같은 해 9월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는 수지 여사에게 내란 선동죄를 적용해 가택 연금했다가 이후 7차례나 해제와 연금을 반복했다.
수지 여사는 한국의 5·18 기념재단이 주관하는 올해 ‘광주인권상’의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1991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미얀마는 지난달 수지 여사의 가택연금을 이 달 중 해제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아직 아무런 조치가 없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