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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경북 급식조례 ‘WTO 암초’

입력 | 2004-05-11 20:19:00


경북지역 시민단체들이 추진 중인 학교급식조례안 내용 중 ‘우리 농산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정부의 지적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경북도에 따르면 구미 등 일부 지역 시민단체들이 올 들어 학교 급식재료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고, 필요한 경비를 자치단체가 지원토록 하는 내용의 학교급식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행정자치부가 급식재료를 우리 농산물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WTO 협정에 위배되기 때문에 해당 의회에서 의결되더라도 재의를 요청하도록 전국 자치단체에 시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시민단체들 간에 ‘대응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구미YMCA와 전교조 구미지회, 구미경실련 등 1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학교급식조례 제정 구미운동본부’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우리 농산물’이란 문구를 고수할 방침이다.

올 2월 발족한 뒤 조례 제정을 청원하기 위한 가두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구미운동본부 측은 “그동안 ‘우리 농산물을 사용한다’는 취지로 설명해 현재까지 약 5000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 농산물’이란 문구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미운동본부 황대철(黃大喆·40) 집행위원장은 “자치단체가 우리 농산물을 사들인 뒤 다시 판매하지 않고, 현물로 지원하는 것은 WTO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구미시의회 등을 잘 설득해 기본 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미운동본부는 6월 8일까지 서명운동을 벌여 청원에 필요한 인원(5900명)보다 훨씬 많은 1만명 정도의 서명을 받아 구미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반해 경북지역에서 처음으로 올 3월 시민 4589명의 서명을 받아 안동시에 ‘학교급식비 지원 조례안’을 제출했던 안동시운동본부 측은 최근 ‘우리 농산물’이란 문구를 ‘신선하고 안전한 우수 농축산물’로 수정했다.

문구가 수정된 조례안은 6일 안동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안동시운동본부는 관련조례가 시행되면 당초 취지대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더라도 국제통상 마찰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동시운동본부 박장동(朴張東·42) 집행위원은 “‘우리 농산물’이란 문구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졌으나 조례를 속히 제정해 하루라도 빨리 학생들에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수정했다”고 말했다.

최성진기자 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