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60대 초반의 주부 A씨. 자산의 10% 남짓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그는 요즘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다.
부동산에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하는 그는 올해 들어 주가가 오르자 주식에 돈을 넣었다.
혹시나 하는 맘이었지만 역시나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것.
A씨는 “부동산 투자는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데 주식 시장에서는 손해만 보고 있다”며 “원금을 회복하면 곧바로 주식을 팔고 주식 시장을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A씨만이 아니다. 요즘 주식 시장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찬밥신세’다.
주식 시장에 돈을 넣은 ‘개미’조차 원금 수준을 회복하거나 약간의 시세 차익을 보면 그날로 손을 털기 일쑤다.
개인들이 주식 시장을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증시 전문가들은 가계 부채 등으로 개인들의 여유 자금이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과거 상승장에 뛰어들었다가 돈을 날릴 아픈 경험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기업의 실적과 재무구조보다 소문 등을 믿고 ‘대박’을 좇는 단기 투자 관행도 문제다.
그러나 어디 그뿐인가. ‘개미들’이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해 ‘머니게임’을 일삼거나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기업인들의 비리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개인들이 주로 의지하는 국내 증권사들의 부정확하거나 한발 늦은 뒷북치기 정보도 적지 않다.
실제로 국내 각 증권사들은 이달 지수를 최하 850∼900선으로 예상했지만 벌써 700선대까지 밀렸다.
기업, 시장 관리주체, 증권사 등이 개인 투자자가 맘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