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끈기와 투혼을 세계에 과시했다.
12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여자배구 최종예선 한국과 이탈리아전.
초반 두 세트를 내주며 패색이 짙던 한국은 이후 내리 3세트를 따내는 극적인 역전승으로 아테네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사실상 확보했다. 역대 전적에서 19승8패로 앞섰지만 이탈리아(세계 랭킹 4위)의 전력이 급상승한 2000년 이후 4연패 끝에 거둔 귀중한 첫 승.
이날 경기는 노장들의 투혼이 한껏 빛난 한판이었다. 김철용 감독이 당초 대표팀 합류를 거부하던 노장들에게 왜 그토록 집착했는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구민정(31), 장소연 강혜미 최광희(이상 30) 등 30대 노장들은 고비에서 팀을 살리는 기둥 역할을 해냈다.
전날 랭킹 5위인 러시아전에서 힘을 소진한 듯 1, 2세트에서 한국 선수들은 몸이 무거웠다. 타점 높은 강타를 내리꽂는 이탈리아에 잇달아 실점을 허용하며 첫 세트를 17-25로 내줬다. 2세트에선 더욱 무기력한 경기를 펼쳐 10-25로 무너졌다.
2세트 막판 세터 김사니를 빼고 백전노장 강혜미를 투입해 반전의 계기를 찾은 한국은 3세트 들어 잠시 벤치에서 쉬던 최광희(22득점)를 다시 투입하는 등 구민정(18득점) 장소연(9득점) 등 30대 4인방을 모두 코트에 세우는 승부수를 띄웠고 이 카드는 적중했다.
선배들의 파이팅에 정대영(19득점) 김세영 등 신예들의 공격력까지 살아나며 3세트를 25-17로 따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것. 한국의 강공에 허를 찔린 이탈리아의 수비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한국은 4세트도 25-18로 잡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은 마지막 5세트에서도 11-14까지 몰렸다. 그러나 한국은 정대영의 속공과 김미진의 블로킹, 김사니의 서브에이스로 3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듀스를 만든 뒤 막판 최강희의 오른쪽 강타와 장소연의 이동속공이 상대 코트에 꽂히며 18-16으로 기나긴 승부를 마감했다.
8개국(아시아 4개국 포함)이 풀리그를 벌이는 이번 대회에서 파죽의 4연승을 내달린 한국은 이로써 14일 일본과의 5차전에서 승리할 경우 대회 전체 3위 이내 또는 아시아 1위팀에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확보하게 된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