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리그 득점 단독선두에 나선 김홍기-원대연기자
○ 연봉 3200만원… 팀닥터도 없어
5일 김포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김포 할렐루야와 대전 한국수력원자력의 K2리그(K리그의 아래 단계) 경기. 한국수력원자력의 김홍기(28)는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32분 빠른 발로 상대 수비 진영을 휘저은 뒤 오른발 강슛으로 상대 골네트를 흔들었다. 그는 이어 5분 뒤 헤딩슛으로 추가골을 뽑았다.
김홍기는 이날 2골을 추가해 모두 4골로 K2리그 득점 단독 선두에 나섰다. 그러나 관중의 함성도, 기자들의 인터뷰도 없었다. 팬들이 K2리그엔 아예 눈길조차 주고 있지 않은 것.
보통 선수들은 숙소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한 고등학교 운동장을 빌려 하루 2시간 정도 훈련을 한다. 물론 잔디 없는 맨땅이다.
문정동 45평 짜리 아파트는 지방에 사는 선수 9명의 숙소이자 팀의 본부. 선수들은 이 곳에 모여 식사와 빨래 등을 해결한다.
K2리그 실업팀의 사정은 어디든 비슷하다. 팀 닥터도 마사지사도 없다. 그러나 올 초 연봉 3200만원에 한수원팀에 자리를 잡은 김홍기는 “현재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충남 신평고 시절 아시아학생대표 선수를 뽑힌 적이 있는 김홍기는 중앙대 졸업과 함께 연봉 1600만원에 전북 현대와 입단 계약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까지 2년 동안 주전으로 뛴 경기는 불과 6경기.
○ 스물여덟 다시 희망을 키운다
결국 지난해 해체된 서울시청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한수원에 자리 잡았다. 김홍기에게 전기후기 모두 뛰는 선수 생활은 올해가 처음인 셈.
“지난해까지는 다시 프로에 도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비슷한 것이 있었는데, 이제 욕심을 버렸어요. 여기서 열심히 하면 다시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홍기는 “팀이 잘 하니까 관중도 생기더라구요. 첫 번째 홈경기 때는 관중석이 썰렁했지만 두 번째에는 관중이 1000명 정도 왔거든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나이 스물여덟. 이제 축구 선수가 아닌 또 다른 삶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K2리그 텅 빈 구장에서 그는 꿋꿋하게 희망을 키워 가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