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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폭풍속으로’ 이재용 “로맨틱 조폭… 닭살 돋는교?”

입력 | 2004-05-13 17:42:00

SBS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김기호 역으로 ‘로맨틱 조폭’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재용. 그는 “김기호같은 악역에게는 정희와 같은 오아시스가 필요하다”며 “밑바닥 인생을 살던 사내가 첫사랑을 얻은 기분으로 연기한다”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축하하네, 자네도 드디어 멜로를 하는군.”

SBS 드라마 ‘폭풍 속으로’(토·일 오후 9:45)의 ‘김기호’ 역으로 출연 중인 이재용(41). 얼마 전 대학 친구가 그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악역이나 조연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그에게 멜로가 그만큼 신선하게 비쳤던 것이다.

그는 ‘폭풍 속으로’에서도 주인공 현태(김민준)를 괴롭히는 악당 ‘김기호’로 나온다. 그러나 그는 정희(엄지원)를 향해 ‘닭살 돋는’ 사랑의 대사를 날린다. 조연이지만 극의 분위기를 북돋운다며 ‘로맨틱 조폭’이라는 별명도 주위에서 붙여줬다.

‘폭풍 속으로’에서 정희와 기호가 나누는 대화 한 토막.

“나 어디가 좋아?” (정희)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아이다. 니가 내뱉는 숨소리, 니 그림자까지. 손에 안 잡히는 것도 다 좋아한다.” (기호)

김기호는 폭력배지만 사랑 앞에서는 신파조의 대사들을 거침없이 늘어놓는 것이다. 그 특유의 매서운 눈빛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

12일 만난 이재용은 김기호의 사랑에 대해 “깡패가 꼴 같지 않게 시리…”라며 웃었다. 그러나 싫지 않은 눈치였다.

“‘폭풍 속으로’를 시작하면서 정형화된 악역이 아닌 인간적인 면을 지닌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제작진에게 밝혔어요.”

제작진은 이재용의 남다른 연기가 ‘김기호’ 캐릭터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고 말한다. ‘폭풍 속으로’의 최완규 작가는 “조연 역할은 드라마의 전개과정이나 연기를 모니터한 뒤 배치하는데 극 초반 이재용씨의 연기는 느낌이 좋아 한 장면이라도 더 넣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용은 이름보다 얼굴이 더 많이 알려진 배우다.

영화 ‘친구’에서 조폭 보스나 드라마 ‘야인시대’의 일본인 형사 ‘미와’라고 하면 얼굴이 쉽게 떠오른다. 14일 끝나는 KBS2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에서는 원대한 고민을 갖고 있음에도 속 좁고 잘 토라지는 남자로 출연하고 있다.

이재용은 실제 인터뷰에서는 ‘폭풍 속으로’의 카리스마보다 ‘달려라 울엄마’의 코믹 분위기를 더 풍겼다.

“(기자와 함께) 남자 둘이 대낮에 만나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다음에 만나면 어디 장보러 갈까요?”

82학번인 그는 부산대 철학과 재학 중 연극에 발을 디뎠다. 이후 줄곧 부산에서 출연하거나 연출한 연극이 40여 편이다. 1997년 영화 ‘억수탕’에 출연하면서 대중매체에 얼굴을 내밀었고 이후 드라마 ‘피아노’ ‘야인시대’ 등에서 ‘빛나는 조연’을 해왔다.

무용을 전공한 부인과의 사이에 두 아들(8, 6세)을 둔 아버지인 그는 부산에서 살고 있으며 촬영 때만 서울에 온다. 9000여명의 팬들이 회원으로 있는 인터넷 팬 카페에 ‘적정’이라는 ID로 자주 글을 올린다.

“머리가 벗겨졌다거나 인상이 안 좋아 조연밖에 못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러나 연기는 인생의 한 과정일 뿐이지요. 단순히 대중 연예인으로 남지 않고 다양하게 나를 표현하는 예술가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그냥 살다가 죽기에는 너무 심심하잖아요.”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폭풍속으로’ 중 이재용의 대사▼

▽“저주라 캐도 내는 니를 사랑한다. 내가 죽으믄 저주가 풀릴 거라 생각하지 마라. 내는 죽어도 너를 사랑할 테이까”(정희가 기호의 사랑이 저주같다고 하자)

▽“보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을 애리게 만드는 꽃인데 뭐라 카는지는 모르겠고 내가 그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항상 촉촉하게 이슬이 맺혀 있는 거 같거든. 아, 저 있네.”(꽃가게에서 정희를 보며)

▽“야 이 자슥아 내 행복을 니가 와 깰라 카노”(술에 취한 정희를 업고 가는데 부하가 대신 업겠다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