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가 1L에 1580원?’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서민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정유소에서 옥탄가를 낮춘 ‘고급 휘발유’는 1L에 1580원, 일반 휘발유는 1448원에 팔렸다. 원대연기자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국내 기름값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정부가 유가안정대책의 하나로 석유수입부담금과 관세율을 내렸지만 기름값이 많이 올라 소비자는 정부 조치의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SK㈜ LG칼텍스정유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가 국제유가 상승분보다 더 많이 기름값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정유사들은 휘발유 경유 등 전체 석유제품의 원가상승 요인을 100%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름값 얼마나 올랐나=정유사는 수입한 원유를 공장에서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과 나프타 에틸렌 등 석유화학회사의 원재료를 만들어낸다.
원유 수입가격이 정유사 전체 제조원가의 80%를 차지한다. 여기에 원유 수입 때 내는 석유수입부담금과 할당관세를 포함하면 86∼88% 수준이다. 또 원유수입대금을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큰 영향을 미친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일선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은 L당 13원,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2∼3원 오르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올 1∼4월 4.49달러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42.04원 내렸다.
유가 상승분(58.37원=4.49×13원)에서 환율 하락분(8.4∼12.6원=4.2×2∼3원)을 빼면 약 45.77∼49.97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한 것.
이 기간 국내 5대 정유사는 휘발유 가격을 평균 54.4원, 경유가격을 39.63원 올렸다.
▽정유사, “원가 반영 충분히 안 됐다”=정유사는 그동안의 원가상승 요인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했다고 주장한다.
SK㈜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 평균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을 감안할 때 48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1247원에서 1299원으로 52원 올랐지만 경유는 29원, 등유는 41원밖에 인상하지 않았다는 것.
LG칼텍스정유도 휘발유가격을 52원 올렸지만 경유는 45원 인상했다.
SK㈜는 “국제유가와 환율의 원가요인은 모든 석유제품 가격에 골고루 반영된다”며 “휘발유는 원가상승 요인을 반영했으나 경유와 등유는 상승폭이 작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박사는 “과거 정유사들이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발 빠르게 국내 가격에 반영하고 유가가 내릴 때는 천천히 반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석유제품가격 상승폭 2003년 12월 마지막주2004년 4월 마지막주변동폭두바이유28.19달러32.68달러↑ 4.49달러원-달러 환율1192.85원1150.81원↓ 42.04원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격1242원1269.4원↑ 54.4원 경유792.57원832.20원↑ 39.63원 실내등유619.51원667.00원↑ 47.49원 보일러등유608.71원661.40원↑ 52.69원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1302.44원1357.99원↑ 55.55원정유사 공급가격은 국내 5대 정유사 평균치. 주유소 판매가격은 전국 556개 표본주유소 기준. 자료:한국석유공사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