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이 붐이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게 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심지어 몇 주의 단기 연수를 하기도 하는데 이게 영어실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하지만 교육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사람은 늘어만 간다. 연간 13만명에 달한다. 1·4분기에 해외유학과 연수비용으로 해외에 빠져나간 돈은 5억519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증가했다. 2년 전의 1.9배다.
당국도 보다 못해 인천 송도와 서울 용산에 외국인학교를 유치하고 내국인도 입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외국인학교에 다닐 수 있는 내국인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내국인 학교’에서 영어를 제대로 가르쳐야 영어학습을 위한 ‘엑소더스’를 막고 외화 유출도 줄일 수 있다.
미국의 언어학자 놈 촘스키에 따르면 인간 두뇌의 언어습득 장치는 사춘기가 되면 그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다고 한다. 그래서 언어습득의 졸업 나이를 12세로 본다. 신생아의 뇌 무게는 성인의 25%인 350g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10세까지 빠르게 커져 사춘기가 되면 성인의 뇌 무게와 비슷해진다. 외국어 학습은 뇌가 커 가는 바로 그 시기에 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너무 일찍 너무 많은 것을 배우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심해지면 ‘과잉학습장애’라는 정신질환증상을 나타낸다. 그래서 영어학습도 시기선택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일주일에 3번 40분씩 영어수업을 한다. 일주일에 2시간 영어를 배우는 셈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학습으로는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매일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조기 영어교육이 언어 정체성을 해친다는 주장이 있지만 초등학교 1학년 나이인 7세면 이미 한국어 정체성이 확립돼 있기 때문에 영어를 배워도 문제가 없다.
우리 조상들은 대략 7세가 되면 뜻도 모르면서 천자문을 외우는 식으로 ‘한문’이란 외국어를 익혔다. 요즘말로 하면 ‘집중 학습’이다. 그 나이에, 그런 방법으로 외국어를 공부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우리 조상들은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영어를 충분히 듣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방송(EBS)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처럼 방송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바이링귀스트(2개 국어를 하는 사람)가 강의하면 된다. 우리에게는 당장이라도 이것을 실시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다. 인터넷을 통한 영어교육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실시하면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물론 상대적으로 사교육 혜택을 받을 수 없던 농어촌 지역 어린이들의 교육정보화 격차를 줄이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6년간은 구어 중심의 듣기와 말하기를 하고, 중학교부터는 문어체 영어 교육을 병행하면 내국인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 낼 수 있다. 이렇게 체계적인 영어 교육을 통해 국민을 절름발이 영어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물론 영어 때문에 국부를 유출하는 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윤재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