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국 워싱턴의 캐피톨 힐(Capitol Hill·의사당)에서 상하 양원 의원들은 철저한 보안 속에 미공개 이라크인 포로 학대 사진과 비디오 영상 시사회를 가졌다. 극히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무려 3시간 동안 진행된 시사회가 끝난 뒤 의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지금까지 공개됐던 사진보다 훨씬 더 참혹한 모습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의원들은 미국인에 대한 이슬람의 추가 보복을 자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관련사진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백악관에 요청하고 나섰다.
국방부가 이날 의회에 제공한 자료는 CD 3장에 담겨진 1800장 분량의 미공개 사진과 비디오 영상.
포로들간의 강요된 성행위 장면, 나체 상태로 수갑을 찬 포로가 고통에 못 이겨 벽에 머리를 들이받는 장면 등 충격적인 내용들이 포함됐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이라크인 여성수감자들에 대해 젖가슴을 노출하도록 한 사진 등 성적 학대 장면을 담은 사진이 상당수였다고 한다.
의원들은 “역겹고 소름 끼치는 사진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리처드 더빈 상원의원(일리노이)은 “지옥에 다녀온 기분”이라고 말했고, 공화당 빌 프리스트 상원의원(테네시)은 “상상했던 것보다도 심하다”고 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미국 민간인 니컬러스 버그가 참수당한 사건을 상기시키며, ‘추가 보복을 초래할 수 있는 새로운 사진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민주당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코네티컷)은 “사진 파문이 있기 전부터 미국인은 공격 표적이었다”면서 “버그씨의 참수사건이 포로 학대 관련 사진과 비디오 때문에 발생했다고 믿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제한적인 공개를 주장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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