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면위원회 조사단 일원으로 이라크 내 수용소를 방문한 바그다드대 정치학과 후다 샤케르 교수도 미군으로부터 성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라크 여성인 샤케르 교수의 수모는 바그다드 외곽의 한 검문소에서 시작됐다.
미군 병사들은 그녀의 핸드백을 뒤졌다. 그녀가 거부하자 미군 병사의 총구가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다. 이어 샤케르 교수의 하복부를 총부리로 가리키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함께 성폭행 위협을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2일 국제사면위원회의 이라크 여성 성 학대 실태 조사를 맡고 있는 샤케르 교수의 수용소 방문 과정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와 함께 그가 여성 수감자에게서 전해들은 미군의 광범위한 성 학대 실태를 전했다.
샤케르 교수는 “내가 당한 일은 이라크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당하는 모욕”이라며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는 알려진 것보다 더욱 광범위한 학대가 자행됐다”고 전했다.
한 여성 수감자는 미군 헌병에게 강간 당해 임신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수용소에서 이라크 여성이 살해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12, 13세 난 여자어린이들이 남성 수감자 앞에서 나체로 걸어 다녔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샤케르 교수는 “강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것으로 취급돼 가족으로부터 살해 당할 우려가 있는 이슬람 사회의 전통적인 여성관으로 인해 여성에 대한 학대 사실이 아직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