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톱 가수 10여팀이 한꺼번에 CD를 제쳐두고 ‘디지털 싱글’을 발표해 온라인 음악 시장의 성장세를 짐작케 했다. 사진은 ‘러브 인 모션’을 디지털 싱글로 발표한 가수 이수영. 동아일보 자료사진
록 그룹 ‘버글스’(The Buggles)가 1979년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발표한 지 25년이 지났다. 그 말대로 라디오가 팝스타를 만드는 영향력은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 시대, 가장 큰 퇴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CD다.
최근 이수영 이효리 성시경 등 10여명의 톱스타들이 한꺼번에 ‘디지털 싱글’을 17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음악의 저장 및 유통 매체로서의 CD를 제치고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싱글’을 내놓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톱 가수들이 ‘디지털 싱글’에 가세한 것은 처음이다. 이제 ‘디지털 킬드 CD’인가.
○ ‘디지털 싱글’ 발표
이번 ‘디지털 싱글’ 발표에 가세한 가수들은 성시경 자두 박화요비 김진표 ‘브라운 아이드 소울’ ‘체리 필터’ ‘M.C 더 맥스’ 등. 휘성과 세븐은 ‘쉬즈 마인(She's Mine)’을 듀엣으로 발표한다. 이들은 SK텔레콤 네이트와 튜브뮤직 인터넷 사이트(www.tubemusic.com)를 통해 ‘디지털 싱글’을 발표한다.
이효리는 댄스곡 ‘클레오파트라’를, 이수영은 ‘러브 인 모션’, 김진표는 ‘도깨비 나라’, 박화요비는 ‘눈물이 멈추면’을 각각 발표한다. ‘브라운 아이드 소올’은 미국 록그룹 이글스의 ‘새드 카페’(Sad Cafe)를 리메이크해 부를 예정.
‘디지털 싱글’은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을 통해서만 노래가 전해지는 음악 유통 형태. 이전에는 신인들이 홍보 차원에서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으나 이번에는 톱 가수들이 대거 참가했다는 점에서 ‘CD 퇴출’ 등 음악 유통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튜브뮤직’은 이들 톱 가수들에게 곡당 5000만원으로 저작권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이 회사의 정태상 부사장은 “인터넷 음악은 공짜라는 인식이 깊어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이번 ‘디지털 싱글’이 온라인 음악시장을 이끌 수 있는 수익모델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CD 퇴출되나?
오프라인 음반업계는 디지털 음악의 대세는 불가피하지만 아직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음악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저작권 관리 문제나 온라인 음악업계의 장인 정신 부족 등의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표의 소속사 팜 엔터테인먼트 강태규 이사는 “이번에 디지털 싱글을 처음 발표하지만 가요계는 저작권 문제 등으로 이 시장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가요시장이 온라인으로 가는 것은 대세이지만 가수 외에 음반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이들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온라인 시장이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CD가 디지털 음악시장에 대한 대안으로 여전히 가치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음악평론가 강헌씨는 “아직도 LP를 찾는 팬들이 있듯이 5년 이내에 CD는 수집가들만 사는 품목이 될 것”이라며 “CD는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고음질 광대역 제품이 될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퇴출되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서울음반 함용길 사장은 “디지털 음악이 대세지만 디지털 음악업계가 창작마인드에 대한 배려 없이 상업적 기술로만 음악시장을 이끌어 가려 한다면 ‘CD의 반란’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음악시장 규모 (억원)연도2000200120022003음반 시장4104373328611833디지털 시장45091111741851디지털 불법 시장(추정치) 1558331539005265자료:소프트웨어 진흥원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